최근 독자 한 분이 질문을 해 왔다. 미국인 친구에게 ‘Do you like Dutch coffee?’라고 질문을 했는데 어리둥절해 하더라는 것이다. Barista 자격증까지 가진 독자 분은 질문에 문제가 있느냐는 것이다. 그가 알고 있는 ‘더치 커피’는 글자 그대로 네덜란드식 커피처럼 들리는데, 네덜란드가 17세기부터 인도네시아를 거의 300년 동안 식민지로 지배할 때 상인들이 네덜란드로 커피를 운반하면서 오랜 시간 변질되지 않고 커피를 마실 수 있는 방법으로 고안된 추출법이라는 것이다. 그럴싸한 배경이고 어원이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일본인들이 상품화하면서 만들어 낸 조합어이고 영어권에서는 ‘Dutch Coffee’는 Japanese English라고 말한다. 영어에는 분명히 ‘Cold brewed coffee’라는 말이 있고 ‘찬 물로 추출해내는 커피’라는 뜻을 그대로 표현한 것이다.
카페인이 80도 이상에서 추출되기 때문에 상온에서 찬 물로 장시간 커피를 추출하면 카페인 성분은 일반 아메리카노 커피의 5분의 1 수준이고, 산(acid) 성분도 70% 가까이 추출되지 않아 위에 자극도 덜하다. 짧게는 8시간 길게는 24시간 이상 몇 초에 물 한 방울씩 떨어뜨려 커피를 추출하는 이 방식은 일종의 slow cooking이고, 이렇게 추출한 커피 원액(coffee base)을 냉장고에 며칠 두면 숙성 발효까지 되어 2주 이상 두고두고 마실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cold-brewed coffee’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는 이유도 hot coffee 추출 방식보다 더 깊은 맛이 있고 쓰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iced coffee나 다른 커피로 쉽게 응용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다.
Coffee에 대한 어원부터 나라별 문화별 파생어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아졌다. 커피를 주문하려면 수십 가지 종류를 보고 혼동이 될 정도다. 처음에 Coffee house를 프랑스어로 cafe라고 했는데 이제 cafe는 식당의 의미로도 쓰인다. 1830년경 미국에서 coffee shop은 값싸고 간단한 식사를 제공하는 식당이었고, 이 무렵 coffeeshop의 스페인어 cafeteria가 영어에 소개되면서 셀프 서비스하는 식당의 뜻으로 쓰인다. 커피 마시는 것을 coffee klatsch라고 하는데, 이는 coffee에 독일어 ‘noise’를 합성한 말이다. 실제 독일어 원어는 Kafeeklatsch인데, coffee라는 영어와 독일어를 적당히 혼합한 말이다. 커피 관련 영어는 업체 따라 문화 따라 함께 분화했고 그래서 더더욱 복잡하게 변하는 것도 사실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