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중 미군에 의해 불법 반출된 대한제국 국새와 고종 어보 등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의 인장 9점이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고에서 수사 당국에 압수됐다고 문화재청이 21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미 국토안보부 수사국(HIS)이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해병대 중위의 가족에게서 국새 3점과 어보 1점, 왕실 인장 5점을 압수했다"며 "이 유물들은 4개월 이상 걸리는 미 수사당국의 몰수 절차를 거쳐 내년 6월 이후 국내로 반환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미 당국이 지난 9월 23일 문화재청에 사진자료 등을 보내와 관련 기록을 검토한 결과, 조선 왕실과 대한제국 인장임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압수된 국새 세 점은 대한제국의 외교 문서나 행정에 임금이 사용하는 황제지보(皇帝之寶), 절도사나 관찰사 임명에 사용한 유서지보(諭書之寶), 왕세자 교육기관인 춘방의 관원에게 내리는 교지에 쓰인 준명지보(濬明之寶)다.
문화재청은 "특히 황제지보는 대한제국 선포(1897년)를 계기로 제작한 국새로 고종황제의 자주 독립 의지를 상징하는 것이라 역사적 의의가 크다"며 "국보급 문화재로서 가치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왕실 혼례나 책봉 등 궁중의식이나 시호나 존호를 올릴 때 쓰인 의례용 도장인 어보도 1점 포함돼 있는데, 순종이 고종에게 태황제(太皇帝)라는 존호를 올리는 의식을 기념해 1907년 제작한 수강태황제보(壽康太皇帝寶)다.
이밖에 조선 왕실 인장이 5점인데, 헌종의 개인 도장인 향천심정서화지기(香泉審定書畵之記)와 왕실 보관용이었던 우천하사(友天下士), 쌍리, 춘화(春華), 연향(硯香) 등이다.
대한제국 국새는 10여점이 제작됐는데, 현재 국내에는 황제어새(皇帝御璽ㆍ보물 제1618호ㆍ국립고궁박물관 소장)를 비롯해 제고지보(制誥之寶ㆍ이하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대원수보(大元帥寶), 칙명지보(勅命之寶) 등 4점이 남아 있다.
조선시대 어보는 총 366점이 제작돼 323점이 남아 있으며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중앙박물관, 고려대박물관 등에 소장돼 있다. 행방이 묘연한 43점의 어보는 대부분 한국전쟁 때 분실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역시 한국전쟁 중 미국으로 반출된 대한제국 지폐 호조태환권(戶曹兌換券)의 인쇄 원판이 미국 당국과의 수사 공조를 통해 반환된 바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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