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진 국방장관이 20일 북한의 핵 능력과 관련해 "우라늄을 이용해 핵무기를 제조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방부가 북한의 고농축 우라늄탄(HEU) 수준을 이 정도로 평가하기는 처음이다. 김 장관은 이날 국회 외교·통일·안보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새누리당 유기준 의원의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김 장관은 또 북한의 핵무기 추구 목적에 대해서는 "대외협상에서 유리한 위치와 핵보유국 지위 확보, 내부 체제유지, 핵위협을 통한 대남 주도권 장악 등의 목적이 있다"고 평가했다.
김 장관의 이 같은 평가는 북한이 2010년 11월 미국의 핵 전문가 지크프리드 헤커 박사를 초청, 영변 핵단지 내에 우라늄 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 1,000여 기를 갖춘 대규모 첨단 시설을 공개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원심분리기를 1년간 풀가동할 경우 연간 최대 40㎏의 고농축우라늄 생산 능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되고 이론적으로 매년 우라늄탄 2기를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는 의미가 된다. 우라늄탄 1기 제조에는 고농축우라늄 15~20㎏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25㎏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김 장관의 평가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유보적이다. 북한의 기술수준에 대한 검증이 이뤄진 게 없다는 점에서다. 원자력기술 선진국인 일본도 100억 달러를 들여 우라늄 농축시설을 만들었지만 가동이 제대로 안돼 농축 우라늄을 다른 선진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실정이다. 정보당국은 북한이 농축시설 건설에 2억~4억 달러를 투입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더욱이 헤커 박사는 북한의 우라늄 농축시설을 보긴 했지만 실제로 가동되는 것을 보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핵 문제로 국제적인 마찰을 빚고 있는 이란도 10년 전부터 농축우라늄 시설을 가동했지만 아직 핵무기를 만들 정도의 고농축 우라늄을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와 관련, 북한의 핵능력에 정통한 전직 외교안보 소식통은 "북한의 우라늄탄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다만 안보를 책임진 국방장관은 5%의 가능성만 있어도 제조 능력이 있다고 평가를 할 수 있고 평가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최악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는 뜻이다.
실제로 고농축 우라늄 제조 능력이 있는 상황이면 일반적인 폭탄 제조 능력으로도 얼마든지 우라늄탄을 만들 수 있다. 플루토늄탄과 달리 우라늄탄은 제조가 쉽고 실패확률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도 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한 우라늄탄의 경우 실험 없이 바로 사용했다.
정진황기자 jhch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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