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에 대한 '내란 음모' 사건 공판이 지난 12일부터 시작됐다. 33년만에 열린 내란음모사건을 맡고 있는 수원지방법원은 사건의 중요성을 감안, 이번 달에 집중 심리 방식으로 11차례 공판을 열고 빠른 선고를 내릴 계획이다.
이날 재판장 밖에서는 수백 명의 보수세력과 통합진보당 등이 첨예한 시위를 벌여 또 한 차례의 극심한 남남갈등을 연출하기도 했다. 검은색 양복에 넥타이를 매지 않은 차림으로 법정에 출석한 이 의원은 기소된 다른 피고인 6인들과 여유 있게 인사를 나누기도 했다. 이날 이정희, 김칠준, 심재화 등 변호사 16명은 검찰과 치열한 법리논쟁을 벌였다.
검찰은 공소사실 진술에서 "이석기 의원 등이 지하혁명조직(RO) 회합에서 국가기간시설 타격을 모의했으며 이는 내란 음모죄에 해당한다"고 밝히면서 회합에서 혁명동지가와 적기가(赤旗歌)를 제창하고 이적(利敵) 표현물을 소지한 행위는 국가보안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변호인단은 "녹취록에 담긴 발언이 왜곡됐다"며 "내란을 음모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 동안 국정원과 검찰의 수사 중에 철저하게 묵비권을 행사하던 이석기 의원은 첫 공판에서 10여분 동안 피고인 진술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소상히 밝혔다. 이 의원은 "저와 진보당에 새겨진 주홍글씨가 벗겨지길 희망한다"면서 자신이 강연한 것은 "북의 남침이 아닌 미국의 북침을 우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국가정보원 수사는 전제부터가 틀렸다.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커 이 경우 우리 사회가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 강연했다"고 주장했다.
즉 이 의원은 미국이 북한 평양을 공격할 것을 우려해 남한의 파출소와 무장저장소를 습격해 총기로 무장하고 방송, 공공시설 장악, 통신, 유류시설 무력화시키자는 모의를 했다는 것을 자신이 밝히고 있다. 여기서 이 의원은 우리의 우방이고 혈맹인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는 일이 벌어질 때 왜 남한의 주요기간시설을 먼저 공격하려 했는가를 밝혀야 한다.
미국이 설령 북한을 공격한다면 그것은 남한과 충분한 협의를 거쳤다고 볼 수 있으며 소위 북한이 미사일이나 핵을 이용해 남한을 공격할 조짐이 확실하게 있어 선제공격할 경우일 것이다. 그런 우방인 미국이 평양을 공격하려고 할 때 왜 이 의원은 남한의 주요기간시설을 먼저 파괴해서 북한을 이롭게 하려는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진술을 통해 북한의 반제반미(反帝反美) 민족해방혁명(NL)을 정확히 따라 하고 있다. 북한은 과거 60여 년 동안 남조선의 혁명을 통한 한반도 공산화를 자신들의 목표로 잡고 있고, 한번도 이 목표가 변한 적이 없다. 남조선혁명의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바로 반제반미(反帝反美) 민족해방혁명(NL)과 반자본가(反資本家) 인민민주주의혁명(PD)인데 이 의원은 전자를 충실히 따라 미국타도를 외치고 있다.
우리의 분명한 주적(主敵)은 북한이다. 미국은 우리의 혈맹이고 가장 신뢰하는 우방이다. 미국은 1950년 북한이 6ㆍ25 남침을 해 대한민국이 풍전등화의 위기에 빠져 있을 때 이름도 제대로 모르는 아시아의 조그만 나라의 자유를 위하여 5만 명의 사상자를 내면서 지켜 주었다. 지금도 세계 국방비의 절반 이상을 쓰면서 우리의 든든한 우방으로 남아 있다.
이런 미국이 주적인 북한을 공격한다면 충분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우리는 미국과 긴밀한 연합체제를 통해 서로 합동작전을 펼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런데 왜 이 의원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조짐을 미리 우려해 남한의 주요기간시설을 파괴할 계획을 세운다는 말인가.
이것은 그야말로 주적인 북한을 돕는 일을 하는 것이고 대한민국의 체제를 전복하려는 음모일 따름이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이 미국을 우려하고 북을 이롭게 하는 모의를 했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고 더군다나 자신의 법정진술을 통해 북의 반제반미(反帝反美) 민족해방혁명을 그대로 추종했음을 밝혔으니 이에 대한 엄중한 심판이 있어야 할 것이다.
강승규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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