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최대 사과집산지'로 알려진 경북 안동농산물도매시장이 시설부족과 후진적 운영방식으로 농민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사과출하 시기가 되면 현장에서 2, 3일 동안 대기하는 것은 물론 사과 풍년을 맞은 올해는 순번이 돌아오기까지 열흘 이상 걸릴 정도로 물량처리 속도가 굼뜨기 때문에 개선이 시급하다.
안동시에 따르면 올 들어 10월말까지 농산물 도매시장에 출하된 사과는 5만5,000여톤으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만4,000여톤이 증가했다. 거래금액도 작년보다 170억원이 늘어난 1,200억원에 이른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전체 거래물량은 역대 최고치를 갈아치울 전망이다.
하지만 가을사과 출하물량이 몰리는 최근 안동농산물도매시장에는 풍년을 맞은 농민들이 속칭 '출하전쟁'에 뒤지지 않기 위해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문경과 봉화 등 경북 북부권의 타 도시에서 안동농산물도매시장을 찾은 농민들은 노숙을 하다시피하면서 2, 3일씩 대기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사과를 실은 차량을 타고 현장에 와야 번호표를 받을 수 있는 예약시스템 때문으로, 외지 농민인 경우 번호표를 받고 귀가 후 다시 오기가 부담스럽기 때문에 대부분 대기하는 쪽을 선택한다.
그런데도 도매시장 내 '출하주대기실'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30여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와 온돌방 하나가 있지만 워낙 분주하고 농민과 시장 관계자들의 왕래가 잦은 탓에 잠을 청하기란 애당초 불가능하다. 이에 따라 대다수 대기 농민들은 TV를 보며 뜬눈으로 밤을 새우거나 쪽잠을 자는데 그치고 있다.
여기다 추석이나 가을사과 출하기인 11월이면 대기기간이 일주일에서 열흘까지도 늘어나면서 순번을 기다리는 동안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안동에서 사과농사를 짓는 김상한(38)씨는 "지난 추석 사과 출하에 1주일이 걸렸는데 번호표를 받고 기다리는 사이 가격이 많이 내리는 바람에 속상했다"며 "전국최대를 자랑하는 안동농산물도매시장이 물량처리가 이렇게 느려서야 되겠느냐"고 꼬집었다.
이에대해 도매시장 관계자들은 사과 적재공간과 주차공간, 선별작업팀 등이 제대로 갖춰지지 못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또 사과적재 차량을 몰고와야 번호표를 내주는 비효율적 예약제도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경매인 A씨는 "안동농산물도매시장에서 일하는 사람으로서 개선이 시급함을 느낀다"며 "전국최대 규모에 걸맞게 신속하게 물량을 소화하려면 상품 적재공간 등 시설을 확충하고 예약제 확립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이에대해 안동종합물류단지관리사무소 측은 내년에 경매장을 증축하고 적재공간을 더 확보하며 예약출하제도 보완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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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임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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