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자동차의 파격적 가격이 국내 수입차 가격거품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르노삼성은 '캡처(Captur)'라는 이름으로 스페인 공장에서 생산돼 유럽 현지에서 2만1,100유로(약 3,000만원)에 팔리고 있는 QM3(사진)을 국내에 들여와 2,250만~2,450만원에 판다고 발표했다. 캡처는 프랑스 르노사가 지난 3월 유럽시장에 선보인 이래 폭발적 인기를 얻고 있는 소형 SUV로 닛산 쥬크, BMW Mini, 푸죠 2008 등 주요 경쟁차를 따돌리고 지난 9월 이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한 모델이다. 이처럼 르노삼성이 수입차량을 현지가격보다 20% 가량 싼 가격에 팔자, 소비자들 사이에선 "그럼 다른 수입차 가격은 대체 뭐냐"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20일 르노삼성에 따르면 내달 인도 예정으로 QM3 1,000대를 이날 예약 판매한 결과, 단 7분만에 '완판'됐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파격적인 가격 덕분에 1,000대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오전에 집계된 주문량만 배정물량의 3배가 넘는 3,000대를 웃돌았다"고 말했다.
르노삼성이 밝힌 QM3의 파격적 가격인하 비결은 단순한 판매 구조다. 통상 국내 수입차 업체들은 해외 본사가 한국현지법인에 차를 보내고 이를 딜러사들을 통해 판매하는데, 이 과정에서 국내 법인과 딜러의 마진이 더해진다. BMW를 예로 들면 독일 본사→한국법인인 BMW코리아→각 딜러의 과정인 것이다. 수입차 업계에 따르면 외국차의 국내 현지법인과 딜러들이 챙겨가는 마진은 대략 10~14%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르노삼성의 경우 QM3를 르노 본사에서 받은 뒤 국내 직영점을 통해 판매함으로써 유통단계와 유통마진을 줄였다. 딜러단계가 없어짐으로써, 딜러마진도 없어지게 됐는데 여기서만 10% 이상의 가격인하요인이 생긴 것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내년 7월 인하되는 관세 인하분(4%→2.6%)을 미리 적용하고 본사 마진과 소비자 판매 마진 최소화함으로써 결국 파격적 가격할인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QM3의 가격인하는 수입차 가격 전체에 거품논란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수입차들은 폭발적 판매량 확대로 시장점유율이 10%를 넘었음에도, 여전히 부족한 애프터서비스망과 비싼 부품가격 등으로 인해 소비자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상황. 여기에 QM3 가격인하까지 더해지자 소비자들은 "수입차들이 결국 한국시장에서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물론 수입차들의 국내 판매가격이 유럽 현지보다 크게 높은 것은 아니다. 국내서 가장 많이 팔리는 BMW 520d 자동변속모델의 경우 국내 판매가격은 6,290만원, 유럽 현지판매가격은 4만4,650유로(6,400만원)으로 엇비슷하다. 국내서 3,000만원대 초반에 팔리고 있는 시트로엥 DS3는 유럽보다 약간 비싸게 팔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유럽 모델과 국내 수입 모델의 사양ㆍ옵션이 다르고 딜러를 통한 판매와 애프터서비스 등 유통구조가 달라 일률적인 비교는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유럽은 세금비중이 한국보다 높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수입차 가격에 거품이 많다는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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