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100년 이상 장수하려면 반드시 4가지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한다. 변화하는 환경에 맞춰 적응하는 능력과 공동체를 구축해 인력을 배양하는 능력. 여기에 기업 안팎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능력과 기업 스스로 성장과 진화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능력이 필수다. 이는 고갈돼가는 석유자원에 불안한 세계 최대 자원개발기업 로열더치셸이 연구한'장수기업의 조건' 보고서 내용이다. IT기업이라고 예외일순 없다. 빠른 변화와 통합 기술력을 요구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조건은 이보다 더 까다로울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인텔, 버라이즌 등 주요 글로벌 IT기업들과 함께 만들고 있는 스마트폰 운영체계(OS) '타이젠(Tizen)'의 내년 공식 출범을 앞두고 최근 실시한 타이젠 스마트폰 시제품의 국내 통신환경 적응테스트 소식에 국내외 IT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연결한다는'Tie'에 선(禪)이라는'Zen'의 합성어인 타이젠은 삼성전자의 미래 핵심사업 사활이 걸린 혁신적 도전임에 분명하다. 구글의 안드로이드와 애플의 iOS에 이은 제3의 모바일 플랫폼을 만들기 위한 삼성의 야심 찬 도전이 철옹성 같은 기존 스마트폰 시장의 패권 구도에서 얼마만큼 영향력을 보일 지는 아직 미지수다. 물론 애플처럼 뛰어난 통합 체험을 구현할 능력이 떨어지고 소프트웨어(SW) 기술은 결점투성이다. 그러나 약점을 알고 위기대응방법을 준비한다면 향후 관리가 가능하다. 삼성이 SW 인력양성에 발벗고 뛰는 것도 그런 이유다. 특히 아이폰에 쓰이는 칩과 LCD스크린 등을 개발한 회사가 바로 삼성전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물론 카메라와 TV,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상품군을 보유한 점은 애플에는 없는 또 하나의 열린 미래 가능성이다. 이들 제품 모두가 하나의 OS인 타이젠으로 운용된다면 소비자에겐 분명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지난 주 열린 '타이젠 서밋 코리아 2013'은 그 가능성에 대한 흥분과 열망으로 가득했다. 삼성은 개발사들이 애플처럼 자사 제품을 위한 앱을 개발해 줄 것을 갈망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삼성과 개발사, 국내외 통신사 등이 한데 뭉쳐 개방형 콘텐츠를 만들고 공급하는 것이 타이젠의 목표다.
사실 애플의 성공 신화는 스마트폰 기술도 중요했지만 스마트폰이란 새로운 산업생태계를 고안해 조성한 점에 더 기인한다. 타이젠의 성공여부 역시 생태계 경쟁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제조사 혼자만 열심히 뛰는 것이 아니라 앱 개발자와 각종 파트너 등을 포함 협력공동체가 함께 생태계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도록 통합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다. 최근 노키아가 소프트웨어 업체로 타이젠 프로젝트에 합류한 것은 고무적이다. 지난 9월 휴대폰사업부를 마이크로소프트(MS)에 매각한 노키아는 한때 전 세계 휴대폰 시장 점유율 60%를 차지했지만 아이폰 출시 후 환경변화 적응에 실패해 사업을 접었다. 삼성전자가 자사 단말기에 구글 안드로이드를 탑재한 것과 달리 노키아는 자체 OS인 심비안을 고집한 것이 패착이었다. 최고경영자(CEO) 스테펀 엘롭은 노키아의 패인을 이렇게 말했다 "휴대폰 경쟁은 생태계 전쟁이다. 하드ㆍ소프트웨어만이 아닌 개발사, 애플리케이션, 전자상거래, 광고, 검색, 통합커뮤니케이션 등이 모두 포함된다. 경쟁사가 휴대폰으로 우리시장을 잠식한 게 아니라 전체 생태계로 우리 몫을 빼앗아 갔다."
삼성 스마트폰의 미래는 이제 생태계 경쟁력으로 그 초점이 옮겨가고 있다. 요즘 부쩍 협력업체들과의 동반성장과 상생협력에 나서고 있는 삼성이 이들과 어떻게 혁신적이며 개방적인 협력메커니즘을 만들고 새로운 파트너들을 동참시키느냐에 따라 타이젠의 미래도 열린다. 인도 산스크리트어인 디야나(dhyana)가 어원인 '선(禪: Zen)'은 깊이 생각하고, 직관으로 관찰해 체득한 깨달음을 뜻한다. 협력 파트너들의 깨달음을 하나의 새로운 생태계로 이어주는 혁신적인 연결고리를 찾는 통합의 리더십이 타이젠의 당면 과제이자 삼성전자의 장수조건이다.
장학만 논설위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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