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형 혁신학교의 내년 예산을 대폭 삭감한 문용린 교육감이 혁신교육지구(구로ㆍ금천구) 예산도 70%를 깎아 해당 지역의 반발을 사고 있다. 시교육청은 내년부터 사업 명칭도 문 교육감의 캐치프레이즈인 ‘행복교육지구’로 바꾸고, 프로그램도 문 교육감이 역점을 두고 있는 진로탐색, 독서강화 등을 강화하도록 한 것으로 드러났다.
구로교육시민연대, 금천교육네트워크, 참교육학부모회 서울지부 등 8개 교육시민단체는 20일 종로구 시교육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지역 전체 공교육의 질을 높이려는 이 사업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 교사의 만족도가 높은데도 불구하고 사업을 없애려는 모든 시도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2011년 금천구청이 시교육청에 제안해 올해 첫 시행된 혁신교육지구사업은 학급당 학생 수 감축, 지역사회전문가 채용, 방과후전담사 배치, 협력교사제 등을 통해 낙후된 이 지역의 교육여건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 금천구의 한 학부모는 “학급당 학생 수가 25명으로 줄면서 교실 분위기가 안정되고 수업 질도 높아지는 것을 보고 우리 지역이 못사는 지역인줄 알았는데 축복받은 구(區)구나 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교육청은 30억원의 예산 중 사업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인건비(20억원)를 전부 깎았다. 줄곧 ‘그늘진 곳의 아이들도 꼼꼼히 챙기겠다’고 말해온 문 교육감이 사업을 축소하려는 반면 해당 지자체는 오히려 적극적이다. 한민호 금천구청 교육정책보좌관은 “학부모나 교장, 교사의 호응이 무척 좋아 어떻게든 이 사업을 유지했으면 하지만 지자체에서 돈을 대도 안 하겠다는 게 교육청 입장이어서 난감하다”고 말했다. 한 보좌관은 또 “그나마 남은 프로그램성 사업마저 교육청에서 문 교육감이 추진하는 사업 중심으로 하자고 한다”고 덧붙였다.
구로구의 한 고등학교 학부모인 장인홍 구로교육시민연대 대표는 “문 교육감이 ‘혁신’이라는 말에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 같다”며 “교육감이 바뀌었다고 잘하는 교육정책까지 바뀌면 그 여파는 학생들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배남환 시교육청 담당 장학관은 “이 사업은 인건비가 70%나 돼 그 예산을 줄인 것”이라며 “명칭을 바꾸는 것은 지역교육청에서 하겠다고 한 것이고, 프로그램 내용은 논의한 적이 없다”고 해명했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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