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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아이디어를 그려라" BMG 배우기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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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캔버스에 아이디어를 그려라" BMG 배우기 열풍

입력
2013.11.19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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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P&G는 전기 없이도 집 안에서 향기가 60일 동안 지속되는 '페브리즈 비치형'을 선보였다. 1998년 세계 최초의 '분사형' 섬유 탈취제를 선보인 P&G가 또 한 번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것. 그런데 이 제품은 이탈리아의 디자인 전문 중소기업 조벨레의 결정적 도움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애초 P&G 연구팀은 악취 제거 기술은 있지만 이에 맞는 디자인을 개발하려면 최소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조벨레와 손을 잡은 것. 두 회사는 단 7개월 만에 간단히 밀어 열거나 닫음으로 향기 강도를 조절할 수 있는 혁신적 디자인이 적용된 제품을 내놓았다.

비치형을 포함해 페브리즈는 2011년에만 세계 시장에서 10억 달러(약 1조원) 넘게 팔렸다. 올해로 창립 175주년이 되는 P&G는 대표적 혁신기업으로 꼽히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 가 있다.

이 캔버스는 '타깃 고객은 누구로 할 것인가' '기술, 자원 등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고 외부로부터 어떤 도움을 얻을 수 있나' '고객은 어떤 혜택을 누릴 수 있고 어떤 방식으로 돈을 지불할 수 있나' 등 여러 항목이 그려져 있는 일종의 '종합상황판'이다. P&G는 수 년 전부터 외부 혁신 자문가인 알렉스 오스터왈더 박사의 제안에 따라 그가 개발한 캔버스를 활용하고 있다.

오스터왈더 박사는 사업계획서를 중심으로 한 기존 비즈니스 전략에는 치명적 한계가 있다고 봤다. 늘 '무엇을 팔까'만 초점을 맞추게 되는 데, 이 경우 제조 기술, 유통, 마케팅 등 담당 파트마다 제각각 따져봐야 하고 한 쪽에서 문제가 없더라도 다른 쪽에서 나중에 문제가 드러나 해결에 애를 먹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신 캔버스를 활용하면, 처음부터 여러 항목을 펼쳐 놓고 건축가나 디자이너가 스케치 해가며 작품을 구체화 하듯 사업 아이디어에 살을 붙이고 부족한 부분을 보안하며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다. 비치형 페브리즈도 캔버스를 바탕으로 "내부 기술로 직접 만드는 것보다 외부의 조력자를 찾아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을 줄여보자"는 전략적 판단을 따랐다.

이 캔버스 이론을 구체화 한 책'비즈니스모델제너레이션(BMG)'은 2010년 출간 이후 40주 동안 비즈니스 부문 베스트셀러(아마존 닷컴 집계)에 올랐다. P&G뿐만 아니라 제너럴일렉트릭스(GE), IBM, 에릭슨, 딜로이트, 캐나다 주정부 등 글로벌 기업부터 공공기관까지 캔버스를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캔버스 배우기 열풍이 불고 있다.

현재 인사이터스컨설팅그룹(ICG) 등 국내에서 관련 교육을 진행하는 곳만 5개가 넘는다. 인사이터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한국전력, 현대건설, 삼천리, 동국제강, SK브로드밴드, 이마트, 코웨이 등 B2B 기업부터 유통, 인터넷 기업까지 분야도 다양하고, 매주 평균 1개 기업 이상이 캔버스 배우기 사내 교육을 요청을 받고 있다. 황현철 대표는 "캔버스 이론은 기업이 무엇을 만들까 보다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제품을 통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위주로 접근한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문승필 한전경제경영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스마트그리드 등장 등으로 전통적 전력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상황에서 공급자가 아닌 고객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경쟁력의 핵심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학생 창업을 적극 돕고 있는 대학들도 캔버스 배우기에 한창이다. 영남대는 지난해부터 정규 강의 '인간을 위하는 기술 창업'에서 캔버스 이론을 주요 커리큘럼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대학 창업교육센터장 서대석 교수(경영학부)는 "그 동안 '좋은 아이디어를 사업화 하려면 이렇게 해라'는 식의 주입식 교육이 많아 창업 준비 학생들이 겉도는 경우가 많았다"면서 "캔버스는 자유로운면서도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어 학생들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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