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의 허리인 중산층 가정 경제가 '아파트 디플레이션'충격으로 '소비 위축의 악순환'에 빠져들고 있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아파트 값이 계속 떨어지자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소득이 늘었는데도 오히려 소비는 줄이는 극도의 내핍 성향을 보이는 것이다. 이런 소비 위축이 한국경제 회복을 가로막고 있다.
19일 통계청과 금융감독원 한국은행이 함께 내놓은 '2013년 가계금융ㆍ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 가구의 평균 순자산(총자산에서 부채를 제외한 자산)은 2억6,738만원으로 지난해(2억6,875만원) 보다 137만원 감소했다. 경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서지 않았는데도, 순자산이 감소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순자산 감소는 주택가격 하락의 충격이 집중된 소득 상위 40% 이상 중산층에서 두드러졌다. 상위 소득 20~40%의 경우 2억9,000만원이던 순자산이 올해는 2억8,812만원으로 줄었고, 최상위 20% 계층(6억2,822만원→6억1,716만원)의 감소폭은 1,100만원을 넘어섰다.
재산이 줄어들자, 미래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면서 소비가 줄었고 중산층의 삶의 질도 낮아지고 있다. 지난해 순자산 규모 상위 20~40% 가구의 소득은 5,288만원으로 전년 대비 260만원이나 늘었으나, 소비지출(2,636만원)은 83만원 줄었다. 특히 공공 물가 상승으로 통신비(184만원→193만원), 의료비(160만원→163만원) 지출이 늘어나는데도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다 보니, 불황 때도 손대지 않던 자녀 교육비(459만원→431만원)를 줄인데 이어 식료품(751만원→711만원) 소비 마저 줄였다.
한밭대 경영학과 이준우 교수는 "중산층 가계만 놓고 보면 자산가격 하락이 소비 위축을 부르고, 위축된 소비가 경기를 더 냉각시키는 디플레이션의 악순환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출 위주 대기업의 양호한 실적의 영향으로 경제 거시지표는 디플레이션과 거리가 먼 것처럼 보이지만, 주식과 부동산 시장의 약보합 국면이 장기간 지속되면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 미만으로 하락하는 등 내수생산과 소비부문에는 이미 디플레이션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상태"라고 평가했다.
무주택 가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하위 소득 60% 계층도 그나마 소비지출이 1~2% 가량 상승했으나, 그 상승폭도 소득증가율(5% 내외)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조철환기자 chc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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