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해 12월 한 공기업 직원이 2007년부터 직무관련 업체로부터 1억8,000만원을 받은 사실을 적발했다. 그 한 달 전에는 교과서 공급을 독점하는 사단법인의 직원 4명이 교과서 제작관련 업체들로부터 15억 원을 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공단이 발주하는 입찰과정에서 참여업체가 심의위원 23명에게 금품을 제공했다 들통나기도 했다. 공무를 수행하는 민간인들이 직위를 이용해 금품을 받았다는 게 공통점이다.
이들은 신분상 공무원은 아니지만 공무원이 담당하는 행정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로비 대상이 되기 쉽다. 하지만 비리가 적발되더라도 뇌물죄보다 형량이 적은 배임수재죄를 적용 받아왔다. 권익위가 그제 공공기관 임직원 등 공무수행 민간인이 금품을 받는 경우 뇌물죄로 엄단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모든 중앙행정기관에 권고한 것은 이런 이유다. 지난해 헌법재판소가 금품수수 혐의로 유죄가 확정된 한 심의위원회 민간위원에 대해 "공무원 의제(擬制) 규정 없이 뇌물죄를 적용한 것은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을 감안해 '특정 경우 공무원이 아닌 자를 공무원과 같은 수준으로 처벌한다'는 내용의 근거 규정을 만들도록 한 것이다.
공무 수행 민간인들의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 강화는 이미 일반적 추세다. 대법원은 권익위 발표와 같은 날 한국환경공단 설계심의위원으로 위촉돼 특정업체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사립대 교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원심은 공무원 의제 적용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지만 대법원은 "공무원 업무를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어 뇌물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했다.
국제투명성기구가 발표한 부패인식지수에서 한국의 순위는 2010년 39위에서 2011년 43위, 2012년 45위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최근 발표된 2013년 뇌물방지협약 이행 보고서에서 우리나라는 가장 낮은 4등급 국가로 분류됐다. 공직자 부패를 막고자 입안된 이른바 '김영란법'은 정부 의결 과정에서 대폭 후퇴된 바 있다. 정부는 공직사회 부패 척결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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