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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피해자 명부 발견] 신상 상세 기록… 독립유공자 선정·일본 배상 문제에 전환점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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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점기 피해자 명부 발견] 신상 상세 기록… 독립유공자 선정·일본 배상 문제에 전환점 될 듯

입력
2013.11.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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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공개된 일제강점기 피해자 명부 67권은 사료(史料)로서 가치가 매우 높을 뿐 아니라 독립유공자 선정 및 피해배상 문제에도 일대 전환점이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3ㆍ1운동과 일본 관동(關東) 피해자 명부는 존재 자체가 처음으로 확인됐고, 강제징용자 명부는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원본기록이다. 특히 각 명부에는 피해자의 인적 사항은 물론, 피살 일시와 장소, 피살 정황 등이 꼼꼼하게 기록돼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3ㆍ1운동 피살자 명부'에선 충남 천안의 아우내장터 만세운동 피해자 기록이 눈에 띈다. 유관순 열사의 순국상황 난에는 '3ㆍ1독립 운동만세로 인하여 왜병에 피검돼 옥중에서 타살 당함'이라고 기재됐다. 유 열사의 아버지 유중권, 어머니 이소제(명부에는 이씨로 기록)를 비롯해 아우내장터 시위를 주도한 조인원도 순국한 것으로 나와 있다. 충남 예산군 명부에 기록된 이남규와 이충구는 이문원 전 독립기념관장의 증조부와 조부로, 홍주의병단 군자금을 대는 등 독립운동을 한 이유로 피살 당했다고 적혀 있다.

1권 217매로 구성된 '3ㆍ1운동 피살자 명부'에는 지역별로 총 630명의 희생자 명단이 실려있다. 서울을 포함한 경기 지역 피해자는 169명으로, 지금까지 공식 인정된 독립유공자(53명)보다 100여명이 많다. 연령별로는 10대 2명, 20대 34명, 30대 47명, 40대 45명, 50대 이상 41명이다. 충청 지역은 100명으로 이중 31명이 독립유공자로 서훈을 받았고, 69명은 이번에 추가 확인됐다. 천안군은 29명중 16명, 예산군은 10명중 7명이 새로 발견됐다.

김용달 독립기념관 수석연구위원은 "지금까지 3ㆍ1운동 유공자는 재판기록 등 자료가 있는 경우에 한해 인정돼 현장에서 순국한 경우 전혀 보상을 받지 못했다"면서 "이번 자료 발굴로 순국한 분들을 기릴 수 있게 됐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1권 109매에 총 290명이 기록된 '일본 진재(震災)시 피살자 명부'에는 1923년 9월 1일 발생한 관동대지진 당시의 참상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지진으로 사망'이나 '경찰서 유치장 등에서 순국' 외에 '피살, 타살, 총살' 등 학살 피해자가 적지 않다. 특히 경남 합천군에 연고가 있는 이모(당시 26세)씨 가족은 두 살배기 아기를 포함해 4명이 모두 피살 당했다. 지역별 희생자는 경남 189명, 경북 80명, 충남 7명, 경기 5명 등이다.

국가기록원은 한국전쟁 중인 1953년 남한 지역에 연고가 있는 경우만 조사했기 때문에 피살자 수가 실제보다 적었던 것으로 파악했다. 관동대지진 피해자는 관련 공식기록이 거의 없는데, 독립신문은 1923년 11월 28일자에 한국인 희생자를 6,661명으로 보도했다.

65권 분량의 '일정시 피징용(징병)자 명부'에는 22만9,781명의 명단이 등재돼 있다. 국가기록원의 분석 결과, 경북 경산의 경우 총 4,285명 중 1,000여명이 신규 명단으로 밝혀졌다.

구체적 피해 사실이 기록된 명부가 공개됨에 따라 일본에 대한 배상금 청구의 실질적 토대가 마련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미쓰비시중공업의 강제징용 배상문제를 한국 법원에 제기한 장완익 법무법인 해마루 대표는 "이번 문건은 정부 차원의 조사 결과로 기존 학계나 시민운동단체 자료보다 영향력이 크지만 자료만으로 법적 책임을 묻기는 어렵다"면서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는 "일본 정부에 공동 진상조사나 자료 제출을 요구할 근거가 마련된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피해자 명단 공개에 그치지 말고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조사ㆍ분석하고 일반에도 공개해 자료가 실질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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