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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양철우 교학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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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인터뷰] 양철우 교학사 회장

입력
2013.11.19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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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교과서 문제가 불거진이유지금 우리 사회는 이데올로기적 혼란기… 이념 대립 심각한 지경에까지 와 있어● 무차별적인 출판사 공격은 억울교과서는 출판사가 을, 저자가 갑… 일절 내용에 간여할 수 없는 구조● 교과서 편향 논란 해결법은정권에 영향 받지 않는 교과서 필요… 논란 계속되면 국정 전환도 검토해야● 한국사대사전 기획 의도역사 교육 정체성 바로 잡고자 출간… 일반 학교·가정에서 관심 가졌으면

양철우(88) 교학사 회장은 국내 최고령 출판인으로 분류된다. 63년 동안 출판 외길을 걸으며 숱한 '학생용 히트작'들을 쏟아냈다. 지금도 나오는 초등학생용 를 비롯해 중학생용 , 고교생 대상의 등 기성 세대의 향수를 자극하는 참고서들은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이 미수의 노 출판인은 지난 몇 달 동안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다. 두 가지 사안 때문이다. 하나는 총 1만 페이지에 달하는 발간이다. 국내에선 사실상 처음 나온 한국사 관련 대사전이어서 학계의 주목도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책이 나오는 데 무려 17년 걸렸고, 100억 원이라는 엄청난 돈이 들어갔다. 그런데, 이 뜰 즈음에 대형 암초를 만났다. 검정을 통과한 교학사 고등학교 역사교과서가 부실 및 우편향 논란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이게 역사교과서 파동으로 이어지면서 교학사와 양 회장은 졸지에 여론의 타깃이 됐다. 그는 "한때 역사교과서 출간을 포기할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역사교과서 논란 이후 양 회장이 언론과 대면 인터뷰 한 건 한국일보가 처음이다.

쓰나미가 한 차례 휩쓸고 가긴 했어도 역사교과서 논쟁은 여전히 진행형

이다. 검정 대신 국정 교과서 체제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도

제기된 마당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교과서가 이념 편향 논란의 중

심에 빠져드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 그래서 부담스럽고 한편으론 불편

해 할 교과서 질문부터 던졌다.

-역사교과서 문제가 왜 불거졌다고 보나요.

"우리나라의 사상 문제가 상당히 어려운 지경에까지 와 있다고 생각해요.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지금 우리 사회는 극심한 이데올로기 혼란을 겪었던 한국전쟁 전 상황을 떠올리게 해요. 한국사교과서 문제도 이런 시각에서 접근해야 하지 않을까요?"

-의도했든 안 했든 출판사가 이데올로기 논란의 대상이 된 건 분명하잖습니까?

"불행한 일이지요. 사실 교과서는 일반 참고서와는 달리 출판사가 을, 저자가 갑이나 마찬가지에요. 교과서 내용에 대해 출판사 쪽이 간여할 수 없는 구조라는 얘깁니다. 간여해서도 안 되고요. 역사교과서 집필 때 출판사 쪽은 일절 (내용 부분에)개입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출판사가 무차별적으로 공격받은 건 조금 억울해요."

-출판사는 책임이 없다는 뜻인가요.

"출판사는 저자들이 쓴 원고를 책으로 인쇄하고 보급하는 역할이 기본입니다. 교과서의 경우 이런 원칙을 더욱 철저하게 지키고 있어요. 출판사가 이데올로기 논란의 대상이 된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양 회장은 역사교과서 논란이 본격화된 뒤 교학사가 발간하는 다른 서적 매출에까지 영향을 미치자 교과서 출간을 포기하는 방안도 심각하게 검토했다고 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출간 포기 의견이 많았다면서요.

"그랬었죠. 진보 진영에선 교학사 서적 불매 운동도 벌였잖아요? 대표이사 사장을 맡고 있는 아들이 내지 말자고 하더군요. 하지만 출간을 약속한 교과서를 함부로 그만두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어요. 교과서는 기본적으로 집필진의 역사에 대한 인식이나 사상, 교수법 같은 게 담기는 도구 입니다. 저자의 의견을 100% 존중해야 한다는 거죠. 교과서 논쟁은 집필진의 몫이라고 봅니다."

교학사는 경영난으로 7월부터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에 들어가 있

다. 매출에 영향을 받을 게 뻔한 역사교과서 출간 강행 결정은 그래서 더욱 쉽지 않았을 터. 까칠한 질문 하나 더 했다.

-출간 강행 결정이 설득력이 떨어지는데요.

"역사교과서 우편향 논란이 벌어진 뒤 교학사의 다른 교과서 매출이 100만 권이나 줄었어요. 돈으로 치면 50억 원 정도. 전 이걸 감수했어요. 출판사가 저자를 믿지 않는다면 누굴 믿겠어요?"

-보수 성향의 교과서가 필요했다는 의미로 들립니다.

"다양한 시각이 존재해야 하지 않을까요?"

-역사교과서 편향 논란은 앞으로 어떻게 풀어야 하나요.

"어려운 과제라고 봐요. 뭐, 시간이 해결하지 않겠어요? 교과서 검인정제도의 취지가 다양성입니다. 시각을 넓게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사교과서 만큼은 국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일부 얘기도 있는데요.

"그 문제는 국가에서 결정할 일이지 출판사에서 왈가왈부할 일은 아灸箚者좆? 다만 검인정이 지금처럼 계속 논란이 된다면 국정 전환도 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교과서 내용도 춤을 추고 있습니다.

"현실이 그렇게 흘러온 건 인정해야죠. 앞으로는 그렇게 안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에요. 그래야 우리 사회가 건전해집니다."

양 회장은 교과서 논란에 대한 껄끄럽고 집요한 질문에도 시종 자신의 생각과 소신을 가감 없이 풀어놓았다. 그러나 때론 곤혹스러워 했고, 때론 피곤한 표정이 역력했다. 이쯤에서 교과서 소용돌이에 묻힌 출간으로 질문을 옮겼더니 소년처럼 표정이 밝아졌다.

-은 왜 만들었나요.

"처음 기획했을 때가 1995년이었습니다. 당시엔 학교 현장이 역사 교육의 정체성 시비로 얼룩졌었지요.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역사 교육의 정체성을 바로 잡는 차원에서 을 만들기로 한 겁니다. 5,000년 역사를 집대성한 출판물이 우리나라에 단 한 개도 없다는 부분도 고려했어요."

출판계에서는 을 역작으로 평가한다. 1990년대 말 금융위기로 제작이 2~3년 중단되는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지난 5월 완성됐고, 시중 서점엔 8월부터 본격적으로 풀렸다. 모두 10권으로, 분량은 권당 1,000여 쪽씩 총 1만여 쪽에 달한다. 수록 항목만 자그마치 7만1,000여 개에 이를 만큼 방대하다. 제작에 참여한 인원은 630명이 넘는다. 집필위원 568명, 편찬위원 17명, 감수위원 10명, 편집위원 41명, 사진작가 3명이 동원됐다. 국내 한국사 관련 전공 교수들은 대부분 참여한 셈이다.

-도드라진 특징이 있을까요.

"우리나라의 성씨 선조들에 대한 내용을 수록했어요. 특히 애국지사 같은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분들에 대한 내용을 많이 실었습니다. 유일무이한 한국사대사전이라 자부합니다."

-다른 나라에도 역사대사전이 있나요?

"우리가 늦은 겁니다. 선진국들은 거의 그 나라 역사 대사전을 갖고 있어요. 특히 일본은 홍문관 등 3곳의 출판사에서 일본사대사전을 펴냈을 정도에요."

-소소한 얘깃거리도 있을 법합니다.

"국사편찬위원회에 감수를 맡겼는데 위원들이 이구동성으로 방대한 자료에 감탄하더군요. 감수료만도 2억 원 나갔어요. 이 정도의 감수료가 나간 책을 본 적 있나요?"

역사교과서 논란이 한창일 당시 일각에선 교학사와 퇴직 교육관료들의 모임인 문우회와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양 회장이 경영상 도움을 받으려고 문우회를 후원했다는 얘기도 나왔다. 양 회장은 이에 대해 "15년 전부터 교학사에서 발간하는 을 문우회를 통해 학교에 보급하고 있는 관계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문우회가 마케팅을 하고 있다는 건 무슨 얘긴가요.

"학교 도서관에 보급하기 위해 문우회 도움을 받았어요. 꽤 높은 할인율을 적용해 판매하고 있지만 보급이 제대로 안 되고 있습니다. 문우회 도움은 올해까지로 생각하고 있어요."

-은 몇 권이나 팔렸나요?

"1,000여 세트 팔렸어요. 학계나 도서관 같은 데서 관심을 보이고 있는데, 일반 학교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이 출간되자 유독 한국 역사에 대해 관심이 많은 일본의 대학들이 구매에 나섰다. 주로 동아시아 지역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사들였다고 한다. 25세트를 판매했는데, 이런 추세라면 일본의 대학에 100세트를 파는 건 어렵지 않다는 게 교학사 쪽 전망이다. 미국도 하버드대 예일대 등 명문 대학에서 5세트를 사갔다.

양 회장은 이 제대로 활용됐으면 좋겠다고 했다."3대가 같이 보는 책이 됐으면 해요. 가령 특정 국경일에 국경일 관련 주제를 놓고 가족끼리 토론할 수 있는 테마를 제공해 주는 기능을 하는 식이지요. 가족에 역사인식 고취의 장을 자연스레 만들 수 있을 겁니다. 학교 도서관, 각 대학 도서관에 비치해서 역사 공부에 큰 도움이 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는 출간이 마지막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책이라고 판단되면 이익이 남지 않더라도 출간하겠다는 각오다.

"은 정부가 발간했어야 할 책입니다. 정부가 안 하니까 민간 출판사가 한 것이지요. 사회나 국민이나 역사를 잊어선 안 됩니다."

인터뷰=김진각 선임기자 kimj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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