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중일 삼성 감독은 18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털구장에서 열린 호주 대표 캔버라 캐벌리와의 준결승에서 5-9로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1년 간 성원해주신 팬 여러분께 고맙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프로야구 사상 첫 통합 3연패의 위업을 일군 감독의 시즌 마지막 소감은 “죄송하다”로 끝난 셈이다. 2013년의 마지막 경기에서 패한 삼성 선수들 역시 풀 죽은 모습이었다. 국내에서 열린 지난해에 이어 ‘유종의 미’는 실패했지만 삼성으로선 절반의 성공으로 자평할 수 있는 대회였다. 삼성은 한국시리즈를 7차전까지 치르느라 체력적인 부담이 컸던 데다 뚜렷한 동기 부여도 없었다. 무엇보다 자유계약선수(FA)와 부상 등의 이유로 윤성환, 장원삼, 릭 밴덴헐크, 오승환, 권혁, 최형우, 김상수, 조동찬 등 주축 선수들이 대거 불참한 채로 대회를 치렀다. ‘이기면 본전, 지면 망신’이라는 부담이 더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삼성은 기대 이상의 경기력을 선보였고, 새로운 선수를 발굴한 무대가 됐다. 투수 박근홍은 17일 퉁이 라이온스(대만)와의 A조 조별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두 번째 투수로 등판해 2.2이닝 동안 1실점으로 상대 타선을 막았다. 총 45개의 공을 던져 안타와 볼넷을 1개씩 허용했을 뿐 삼진을 5개나 뽑았다. 부산고 출신으로 2004년 KIA에 입단한 박근홍은 왼손 유망주로 기대를 모았으나 잦은 부상 탓에 경기 출전 기회를 잃었다. 2011년 2차 드래프트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후에도 왼 발목 통증으로 고생했지만 사실상 처음으로 잡은 기회가 국제 대회인 이번 아시아시리즈였던 것이다. 류 감독은 “박근홍은 원래 공을 잘 던지는 선수지만 발목 통증 때문에 제 몫을 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에서 박근홍 하나는 제대로 건졌다”고 평가했다.
타선에선 정형식이 돋보였다. 15일 포르티투도 볼로냐(이탈리아)와의 A조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1번 타자로 나선 정형식은 볼넷을 3개 골라 득점의 발판을 마련했다. 17일 퉁이전에서는 배영섭에 이어 2번 타자로 출전해 4타수 2안타에 2타점을 올렸고, 준결승에서도 톱타자로 돌아가 4타수 2안타 1타점에 도루를 3개나 기록했다. 이번 대회를 끝으로 경찰청에 입대하는 톱타자 배영섭의 후임으로 확실한 눈도장을 받은 셈이다.
‘포스트 오승환’으로 낙점한 안지만도 준결승에서 홈런을 맞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위력적인 구위를 선보였다. 삼성으로선 최악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한 대회였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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