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소비시장에서 중국의 힘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입니다. 중국인이 와인을 마시기 시작하면 세계 와인 값이 폭등하고, 중국인이 소고기를 먹기 시작하면서 수입육 시세가 뛰었지요. 이번에도 그런 속설이 또 한번 확인됐습니다.
중국은 지난 9~12일 열린 제18기 공산당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3중전회)에서 부부 가운데 한 명이 독자면 자녀를 두 명까지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는 쪽으로 한 자녀 정책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젊은 층은 대부분 독자인 만큼, 이번 완화결정은 사실상 한 자녀 정책의 포기, 두 자녀 정책으로 전환을 의미한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지요. 대략 2,000만 가구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자 의외의 곳에서 환호성이 나오고 있습니다. 바로 우리나라 분유회사와 유아용품 회사들입니다. 한 자녀 정책완화로 중국 내에서 아이 낳는 가정이 늘어나면, 우리나라 분유와 유아용품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18일 주식시장에선 이들 육아관련 주식들은 큰 폭으로 올랐습니다. 장중 한 때 10% 넘게 급등하더니, 결국 보령메디앙스(7.54%), 아가방컴퍼니(4.81%), 제로투세븐(2.94%), 매일유업(2.56%), 남양유업(4.67%) 등 일제히 강세를 보이며 장을 마감했습니다. 한 자녀 정책이 완화되면 아무래도 생활수준이 높은 중국 동부 연안도시 거주자들이 아이를 더 낳을 텐데, 이 경우 한국산 고급 유아용품과 유제품 수요가 높아질 것이란 게 시장 분석입니다.
국내 분유, 유아용품 회사들은 2000년대 중반 이후 중국 시장에 뛰어들어 점차 시장을 키워가고 있습니다. 매일유업은 2007년 80만달러에 불과하던 중국 수출이 올 상반기에만 1,600만달러로 늘었고, 남양유업 역시 지난 해 중국에 150만캔의 분유를 수출했습니다. 1996년 중국에 첫 발을 디딘 아가방은 수유, 발육용품 등을 위주로 현재 100여개 매장에서 160억원의 매출을, 제로투세븐 역시 2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는 중국에서도 아이를 키울 때 고가지만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우리나라 제품을 선호하기 때문인데요.
한 자녀 정책 완화의 여파는 국내에만 머무는 게 아닙니다. 미국 곡물시장까지 들썩였는데요. 중국에서 아이가 늘어나면 유제품이나 육류소비증가에 대비해 소 사육이 늘어날 것이고, 결국 사료용 곡물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었다고 합니다.
중국은 뭘 해도 세계경제에 영향을 미칩니다. 막강한 소비파워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게 합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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