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구조조정전문컨설팅업체로 꼽히는 알바레즈앤마살(A&M)은 올해로 5년째 리먼브러더스코리아와 계약을 맺고 있다. 2008년 부도가 난 리먼브러더스는 주요 사업을 노무라 등에 매각했지만 채권 회수 등을 위해 현지 법인을 남겨 둔 상태. A&M은 리먼브러더스코리아가 한국 사업을 깔끔하게 청산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나아가 최근엔 서울 을지로에 한국사무소를 정식으로 개설했다. 한국에서 사업 기회가 많아질 것이란 판단에서다.
구조조정컨설팅업계의 또 다른 3대 회사 중 하나인 알릭스파트너스도 작년 7월 한국에 공식 데뷔했다. 자문을 넘어 채권 인수 등에 직접 뛰어드는 구조조정전문 투자은행(IB) 중 '빅3'인 라자드는 올 6월 한국지사를 설립했다. 역시 빅3 안에 드는 로스차일드는 그룹의 후계자로 꼽히는 알랙상드르 드 로쉴드 이사가 이번 달 처음으로 한국을 찾았다. 이들은 이구동성으로 "한국은 기회의 땅"이라고 부르고 있다.
세계적인 구조조정전문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한국이 구조조정산업의 새로운 노다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구조조정산업이란 부실기업 채권에 투자해 기업을 회생시켜 수익을 얻거나, 파산보호를 신청한 기업에게 채무상환과 관련한 각종 자문을 제공하는 일을 총칭한다.
최근 한국을 찾은 올리버 스트래튼 A&M 아시아사업부 공동대표는 "미국에서는 기업들이 시장 변화나 자금 압박 등으로 어려움에 처하면 가장 먼저 우리 회사에 전화한다"는 말로 구조조정전문기업의 업무를 설명했다. 이들은 재무제표 개선이나 실적 개선, 사업 구조조정 등을 의뢰 받고 수개월간 회사에 머물며 집중적인 컨설팅을 해준다. 경우에 따라선 사원들에게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일도 이들의 몫이다.
리먼브러더스가 파산 후 3년3개월간 로펌과 컨설팅회사에 지급한 자문료는 총 15억달러(1조7,000억원)에 달할 만큼 구조조정산업은 금융위기 이후 새로운 성장산업으로 주목 받고 있다. 이런 회사들이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그만큼 부실기업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
알릭스파트너스 알 코치 부회장은 3월 보고서를 통해 "한국 상장사의 17%, 특히 해운업의 44%, 건설업의 35%가 파산 가능성 위기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김재욱 A&M코리아 대표는 "대기업들의 부도 사례가 잇따르면서 채무 재조정이나 사업 구조조정이 필요한 한국 기업이 많다"며 "현재 신문지상에 오르내리는 유명 회사들과 계약 체결을 위한 협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때아닌 호황을 누리는 국내 업체들도 있다. 대형 회계법인들이 대표적이다. 과거 저축은행 사태로 인수합병(M&A)이 봇물을 이룰 때, 한 회계법인은 예아름저축은행 매각의 성공 수수료로 14억8,000억원을 받았다. 4대 대형 회계법인의 이 같은 컨설팅 부문 매출은 2011년 3,926억원에서 작년에는 4,639억원으로 늘었다.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자산관리회사(AMC)도 급성장 중이다. 업계 1위인 연합자산관리의 당기순이익은 2011년 164억에서 지난해 912억원으로 뛰었다. 업계 2위인 우리금융의 자산관리회사 우리F&I의 경우 8곳이 인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유환구기자 red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