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법 제정은 이중규제"시장 교란할 때만 제재이중처벌 안하기로 합의했다"외국업체에 영업기밀 유출"판매량·보조금 지급 규모는 원가 자료도 비밀도 아니다"보조금 규제 효과는정부 "자금력 없는 회사 수혜"팬택 "시장위축 손실이 더 커"
휴대폰 보조금을 규제하는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단말기법)'제정을 놓고 정부와 휴대폰 제조업체들이 정면 충돌하고 있다. "영업비밀 공개와 역차별을 조장하는 법"이란 휴대폰 제조업체들의 반발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사실왜곡과 침소봉대"라며 맞섰다.
미래부와 방통위는 18일 정부 과천청사에서 이례적으로 합동설명회를 열어 휴대폰 제조사들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김주한 미래부 통신정책국장은 "가계 통신비 부담을 줄이고 왜곡된 시장경쟁 구조를 바로 잡으려면 단말기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휴대폰제조사가 잘못된 내용을 부풀려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조해진 의원이 제정 발의한 단말기법은 이동통신업체들이 지급하는 보조금뿐 아니라 휴대폰 제조사들이 주는 보조금(판매장려금)도 함께 규제하는 내용이다. 지금까지 보조금 규제는 이동통신사들이 주는 부분만 최대 27만원으로 정해져 있었을 뿐, 휴대폰 제조사들의 보조금은 규제를 받지 않았다.
특히 단말기법은 보조금 지급 과정에서 이용자를 부당하게 차별하지 못하도록 하고, 휴대폰가격과 보조금 등을 아예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에 밝히도록 돼 있다. 현재 보조금은 전략적으로 밀고 있는 특정휴대폰에 지급되거나 더 많이 지급되는데, 이런 차별지원을 원천적으로 불허한다는 것이다.
제조사들이 반발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이중규제와 역차별 우려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공정거래법에 의해 이미 차별금지 규제를 받고 있다. 그런데 방통위까지 나서서 보조금을 단속하는 건 사실상 이중규제"라고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 관계자는 "동일 사안을 놓고 이중 처벌하지 않기로 공정위와 합의했다"며 "제조사가 보조금으로 시장을 교란하는 경우만 조사, 제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제조사들은 또 이 법이 사실상 외국업체 배만 불린다고 지적한다. 단말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외국 휴대폰제조사들은 전혀 규제를 받지 않는 만큼, 국내제조사와 외국제조사를 사실상 역차별하는 법이란 지적이다. '애플 도와주는 법'이란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법은 방통위가 조사를 할 때 휴대폰 판매량, 판매장려금 지급 규모 등을 제출하도록 돼 있는데, 제조사들은 사실상 영업비밀공개와 다를 바 없다고 주장한다. 한 제조사 관계자는 "외국업체에 영업전략을 그대로 알려주는 꼴이며 국산휴대폰을 수입하는 해외 이동통신사들이 똑같이 판매장려금을 요구할 수 있어 수출에도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하지마 미래부는 이 역시 '침소봉대'라고 반박한다. 미래부 관계자는 "판매량, 보조금 지급 규모는 원가 자료가 아니고 영업비밀도 아니다"며 "업체가 영업비밀로 요청하면 공공기관 정보공개법에 따라 대외 공개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규제의 효과에 대해서도 시각이 엇갈린다. 미래부측은 "제조사 보조금을 강하게 규제하면 팬택처럼 자금력이 부족한 제조사들이 혜택을 볼 것"이라고 밝혔지만, 팬택 관계자는 "그보다는 시장위축으로 인한 손실이 더 크다"며 반대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정부는 이 법이 정기국회에서 반드시 통과되도록 한다는 방침. 하지만 휴대폰 제조업체들은 어떻게든 이 법의 통과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국회에서 치열한 공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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