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비아 무장단체와 시위대의 유혈 충돌로 수도 트리폴리에 48시간 비상사태가 선포된 가운데 무스타파 누 정보국 부국장이 17일(현지시간) 무장괴한에 납치되고 시위대 일부가 국회의사당에 침입하는 등 리비아 정국이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AFP통신은 이날 정보 당국자와 현지 언론 등을 인용, 누 부국장이 외국에서 트리폴리 공항에 도착한 직후 납치됐다고 전했다. 누 부국장과 함께 있다 화를 면한 반군 사령관 출신 알라 아부 하페스는 둘이서 함께 승용차를 타고 공항을 떠나려는 순간 무장괴한들의 습격을 받았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총기를 든 괴한들은 두 사람을 다른 차량으로 강제로 옮겨 태웠는데 하페스는 그 과정에서 차에서 뛰어내려 도망치는데 성공했다. 누 부국장을 납치했다는 단체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이날 시위대 수십명은 국회의사당에 들어가 "의회는 무장단체를 철수시키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트리폴리에선 15일부터 무장단체와 시위대가 맞붙으면서 이틀간 43명이 숨지고 450명이 부상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트리폴리에 48시간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무장단체에 발포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17일에는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사흘 일정의 파업이 시작돼 상점과 은행, 대학을 포함한 각급 학교가 문을 닫았다.
이번 시위는 경쟁 관계에 있는 두 무장 단체가 트리폴리에서 총격전을 벌여 1명이 숨지고 민간인 등 12명이 다친 사건이 계기가 됐다. 이에 시민 수천명이 15일 무장단체인 미스라티여단에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를 했고 이를 저지하는 무장대원이 총을 쏴 수십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알리 제이단 리비아 총리는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을 향해 발포한 무장단체는 트리폴리를 떠나라"고 요구했다.
리비아는 무아마르 카다피 독재정권에서 해방된 지 2년이 지났지만 각 지역 무장단체 사이의 권력 다툼과 유혈 충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이단 총리도 지난달 10일 트리폴리의 한 호텔에서 무장단체에 납치됐다가 수시간만에 풀려났다. @hjk.co.kr
이성원기자 sungwon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