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괴한 얘기가 나돌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기념 전시회에서 민중미술가 임옥상씨 등의 작품이 청와대의 외압으로 제외됐다는 것이다. 아직 관련자들의 말이 엇갈려 진상의 갈피를 잡기는 이르다. 하지만 외압설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황당한 시대착오적 작태에 대해 경위를 분명히 밝히고 책임자를 처벌해 마땅하다. 반면 근거 없는 억측이라면 당사자는 정부 신뢰도를 추락시킨 데 대해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한다.
문제가 된 전시는 개관기념전 가운데 일제강점기부터 현대까지의 시대상을 그림으로 회고하는 '자이트가이스트-시대정신'전. 임씨는 이 전시회에서 전시키로 됐던 자신의 대표작 '하나됨을 위하여'와 이강우씨의 '생각의 기록' 등이 외압으로 제외됐다고 주장했다. '하나됨…'은 고 문익환 목사가 흰옷을 입고 휴전선 철조망을 넘는 모습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임씨는 "지인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개관전 참석에 앞서 전시장에 온 청와대 직원들이 몇몇 작품에 대해 '곤란하지 않느냐'는 얘기를 하고 갔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고 했다.
임씨는 또 "전시를 기획한 정영목 서울대 교수도 '외압으로 인해 임 선배와 이강우 작가의 작품 두 점이 빠졌다, 미안하다'는 말을 직접 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정 교수는 "애초에 외압이라는 말 자체를 꺼낸 적이 없다"며 임씨의 주장을 부인했다. 미술관 최은주 학예연구1실장도 "전시를 위해 수장고에서 120점을 가져왔는데 최종 전시된 건 59점이며, 두 작품은 제외된 수십 점의 일부"라며 "청와대 직원들이 안전점검을 위해 방문한 건 맞지만 작품 얘기는 전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 사건은 어쩌면 애매한 의사전달과 인정이 뒤엉켜 빚어진 것일 수도 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문화융성을 핵심 국정과제로 내세운 박근혜 정부 문화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사안으로 비화해 결코 유야무야할 수 없게 됐다. 당장 전시를 기획한 정 교수가 경위를 분명히 밝힐 책임이 있다. 청와대도 진지한 조사를 거쳐 책임 있는 설명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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