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표는 백전노장 라덱 스테파넥(34ㆍ랭킹44위)의 몫이었다.
체코가 18일(이하 한국시간)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2013 데이비스컵 결승전(4단1복식)에서 스테파넥이 세르비아의 두산 라조비치(23ㆍ117위)를 세트스코어 3-0(6-3 6-1 6-1)으로 꺾는데 힘입어, 종합전적 3승2패로 우승컵을 지켰다. 스테파넥은 지난해 라파엘 나달이 부상으로 빠진 스페인과의 대회 결승전에서도 2-2로 맞선 가운데 최종 주자로 나서 체코 우승의 화룡점정을 찍었다.
체코는 이로써 테니스 국가대항전인 데이비스컵 2연패 수성에 성공했다.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되기 전까지 기록을 합하면 3번째 우승이다. 체코는 1980년 이반 렌들을 앞세워 처음으로 데이비스컵 챔피언트로피를 따낸바 있다.
당초 이번 대회 스포트라이트는 세르비아의 노박 조코비치(27ㆍ2위)에 쏠렸다. 조코비치는 지난 9월 US오픈 이후 무패행진을 펼치며 차이나오픈과 상하이, 파리바 마스터스에 이어 남자프로테니스(ATP)월드투어 파이널까지 석권해 22연승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2010년 프랑스를 누르고 사상 처음으로 세르비아를 대회 우승으로 이끈 조코비치는 올해 '어게인 2010'을 연출할 가능성이 커 보였다. 실제 세르비아는 이번 대회 코트 선택권을 가져, 홈구장 하드코트로 체코를 불러들였다. 조코비치가 그 동안 하드코트에서 유난히 높은 승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료 얀코 팁사레비치(29ㆍ36위)의 오른발 뒤꿈치 부상과 빅토르 트로이츠키(27ㆍ76위)가 도핑검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1년간 출전이 금지된 상태에서 천하의 조코비치도 혼자 힘으론 스테파넥과 토마스 베르디흐(28ㆍ7위)가 버틴 체코를 뛰어넘진 못했다. 조코비치는 자신이 맡은 단식 2게임을 따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체코의 전략은 단순 명쾌했다. 줄건 주고 챙길 건 챙기자는 전략이었다.
조코비치가 출전하지 않는 복식에 승부수를 던졌다. 스테파넥과 베르디흐는 단ㆍ복식을 가리지 않고 모두 출전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나란히 조코비치와의 단식 게임을 내줬지만 전날 상대 복식조를 3-0으로 일축해 어렵지 않게 우승컵을 품을 수 있었다.
'알프스의 요정' 힝기스와 염문을 뿌리며 한때 결혼 직전까지 갔던 스테파넥은 올 시즌 16승17패로 ATP에선 '그저 그런' 선수중의 한 명이다. 2006년 랭킹이 8위까지 올라갔지만 단식우승은 통산 5번. 4대 메이저대회와 마스터스 우승컵에는 근처에도 못 가고 500시리즈가 최고등급이다. 그러나 지난해 호주오픈과 올 시즌 US오픈 복식 우승컵을 따내면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체력은 떨어지지만 코트 너머 상대의 움직임을 미리 읽는 노련미로 경기를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스테파넥은 우승 직후"이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체코는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5개국에 포함됐다"라며 감격해 했다.
최형철기자 hccho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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