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구가 우리보다 27배나 많지만 영어 사교육에 대한 투자비용은 절반에 불과하다고 한다. 한국의 영어 교육 투자비가 인구 13억의 중국보다 두 배나 많다는 얘기인데 어찌 된 일인지 국민의 영어 구사능력은 투자비와 전혀 비례하지 않고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는 듯하다.
지난해 10월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The Economist)의 보도에 따르면 한국은 각 나라별 영어 실력 비교에서 21위에 머물렀다. 같은 시기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도 비슷한 보도를 했다. 세계에서 영어를 가장 잘하는 비영어권 국가를 1등부터 살펴보면 스웨덴(Sweden), 덴마크(Denmark), 네덜란드(the Netherlands), 핀란드(Finland), 노르웨이(Norway) 순이다. 반대로 가장 못하는 나라는 콜롬비아(Colombia), 파나마(Panama), 사우디아라비아(Saudi Arabia), 시리아(Syria), 이집트(Egypt), 리비아(Libya) 등이 꼽혔다. 이들 영어 능력 상위권 국가는 정보기술이 발달하고 복지선진국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하위권 국가들은 상대적으로 그렇지 못하다는 공통분모가 있다.
이는 스위스에 본부를 둔 잉글리시 퍼스트(English First)라는 기관이 전 세계 500만 명을 상대로 평가한 결과로 일반적으로 여자가 남자보다 영어를 잘한다는 흥미로운 내용도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2년까지 한국인 평균 영어 실력은 0.73 지수만큼 하락했다. 요즘 영어에 신경을 덜 쓰는 홍콩(-0.90)도 있고 일본처럼 본래 영어를 못하고 퇴보하는 경우(-0.96)도 있지만 대만(2.02), 중국(3.15), 말레이시아(3.45), 태국(5.03), 인도(7.03), 베트남(7.95), 인도네시아(8.66) 등 실력이 급등하는 나라들에 비하면 하락세가 눈에 띈다. 잉글리시 퍼스트가 비록 대상자들의 문법, 어휘력, 읽기, 듣기능력을 기계적으로 평가한 시험을 통해 내놓은 결과이지만 500만 명이라는 막대한 표본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핀란드의 Nokia, 독일의 SAP, 프랑스의 Renault사처럼 공식언어를 영어로 정한 회사가 즐비한 나라와 비교하기 어려운 환경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온 나라가 영어 투자에 올인(all-in)하고도 비교 평가에서 발전이 없다는 것은 우리의 영어 교육과 학습법에 문제가 있다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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