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브리그에선 더 이상 ‘미러클’은 없었다.
두산이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6명의 자유계약선수(FA)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최준석(30)이 18일 롯데와 계약하면서 두산은 이종욱, 손시헌(이상 33ㆍNC)에 이어 3명의 팀 내 FA를 몽땅 잃어 버렸다. 포스트시즌에서 진정한 승자로 평가 받았던 두산이지만 오프시즌에서만큼은 완벽한 ‘패자’로 남게 됐다.
결과가 이렇게 된 이상 두산이 과연 이들 3명을 붙잡을 의지가 있었는지에 의구심이 든다. 우선협상을 주도한 김태룡 두산 단장은 “액수 차이가 너무 크다”며 초반에 사실상 협상 불발을 시사했다. 두산은 일찌감치 FA 선수들의 요구가 구단 책정액을 초과할 경우 “놓쳐도 어쩔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워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3명이 이적하면서 계약한 액수를 보면 야구계의 예측을 넘는다. 이종욱은 총액 50억원에, 손시헌은 30억원에 각각 NC와 도장을 찍었다. 최준석은 4년간 총액 35억원을 받고 8년 만에 친정 롯데로 돌아갔다.
두산은 9개 구단 가운데 가장 두터운 선수층을 확보하고 있어 FA 협상에서도 선수들에게 끌려가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최준석은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했지만 정규시즌 타석 수는 222타석에 불과했다. 거의 대타로만 출전했다. 사실상 최준석 없이 시즌을 꾸렸던 셈이다. 손시헌과 이종욱의 공백 역시 김재호와 정수빈으로 메울 수 있다. 이미 김재호와 정수빈이 두산의 주전 유격수와 외야수라고 볼 수 있다. 두산은 올 시즌 홈런을 제외한 공격 전 부문에서 1위를 차지했다. 팀 타율(0.289), 장타율(0.420), 출루율(0.370), 도루(172개) 등이다. FA 3인방의 공백이 없을 수는 없겠지만 대체 자원 또는 유망주를 발굴하는 것도 방법이다. 김진욱 감독 역시 마무리캠프를 앞두고 “감독으로서 FA 선수들의 잔류를 요청할 수도 있겠지만 결국 구단의 사정에 맞출 수밖에 없다”면서 “외부 FA 역시 영입해서 우승을 노려볼 만한 선수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보상 선수도 생각해야 한다”고 FA 투자에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때문에 결과만 놓고 보면 큰 출혈 같지만 두산은 당장 팀 성적을 좌우할 만큼의 막대한 지장이라고 판단하지 않는 것이다. 또 이 참에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작업을 거쳐 팀의 미래를 내다본 포석이기도 하다. 두산의 FA 결과는 어찌 보면 예견된 일이다.
한편 최준석을 끝으로 올 시즌 FA 시장은 타 구단 협상 개시일 이틀 만에 폐장했다. 16명의 신청 선수 가운데 6명이 이적했고, 9명은 잔류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타진 중인 윤석민(27ㆍ전 KIA)의 거취만 남았다. 함태수기자
한국스포츠 함태수기자 hts7@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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