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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헬기사고] '한강 위' 항로 대신 강남 상공 가로지른 듯…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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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동 헬기사고] '한강 위' 항로 대신 강남 상공 가로지른 듯… 왜?

입력
2013.11.17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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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8시 54분쯤 LG전자 헬기가 서울 삼성동 38층짜리 아이파크 아파트에 충돌한 뒤 추락해 박인규(58) 기장과 고종진(37) 부기장이 숨졌다. 국내에서 발생한 도심 고층 빌딩과 헬기의 첫 충돌 사고였다. 짙은 안개가 1차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전문가들은 회사 일정에 쫓겨 무리하게 비행을 했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산하 서울지방항공청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잠실한강공원 내 헬기장으로 가기 위해 16일 오전 8시 46분쯤 김포공항에서 이륙했다. 김재영 서울항공청장은 "헬기는 인구가 밀집한 도심 상공을 피해 비행하게 돼 있어 한강을 따라 비행하다 잠실 헬기장 근처에서 경로를 이탈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사고 정황을 종합하면 헬기는 그 전에 한강 상공을 벗어나 강남 도심 상공으로 진입했을 가능성이 있다. 서울항공청의 예상 경로대로라면 헬기가 아파트의 북쪽이나 동쪽 방향에서 접근했어야 하는데, 헬기는 서쪽에서 동쪽으로 비행하다 경기고를 지나 아파트에 부딪혔다.

원래 예정시간보다 늦게 출발한 것도 이런 추측을 뒷받침한다. 당초 사고 헬기는 오전 8시 35분 김포공항에서 이륙, 8시 50분 잠실 헬기장에서 LG전자 최고기술경영자(CTO) 안승권 사장 등 회사 간부 4명을 태운 뒤 9시 전주로 출발할 예정이었지만 다른 항공기 이착륙 때문에 이륙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반포대교 부근에서 북동진 한 뒤 동호대교 상공을 지나 다시 남동진 하는 등 복잡한 경로 대신 강남 상공을 가로지르는 단순한 루트를 택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 베테랑 헬기 조종사는 "다소 위험하기는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청장은 "강을 따라 운항하는 것이 강제규정은 아니다"라고 했고, 강남 상공은 김포공항, 수도방위사령부, 성남공항 등의 관제권이 미치지 않는 곳으로 알려졌다.

사고 헬기는 미국 시콜스키사가 2007년 1월 제작한 S-76C 기종으로 LG전자는 그 해 9월 들여와 운용했다. 순항속도는 시속 290㎞다. 헬기가 이륙 후 충돌까지 약 8분이 걸렸고 김포공항에서 사고 현장까지 비행거리를 27~28㎞로 보면 평균 속도는 시속 202~210㎞로 무리하게 속도를 높이지는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사고 지역에는 짙은 안개가 끼어 있었다. 헬기가 충돌한 아이파크 102동의 한 주민은 "30여m 떨어진 옆 동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안개가 충돌의 직접적인 원인임은 명백하지만, 사고 헬기가 통상 비행 경로를 벗어난 지점과 그 이유 등은 여전히 안개 속에 묻혀 있다. 의문을 풀어줄 블랙박스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최소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직 헬기 조종사들은 이처럼 시계가 확보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좀더 신중하게 판단했어야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경력 20년이 넘는 소방항공대의 한 조종사는 "헬기 비행 중 안개로 인한 위험은 차로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갑자기 이불이 앞 유리를 덮치는 것과 같다"면서 "비행 결정으로 인한 책임은 전적으로 조종사가 지는데 굳이 위험을 감수한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공공기관 소속 한 조종사는 "이런 경우 비행을 포기하는 게 일반적인데 헬기를 띄운 건 조종사가 이번 비행을 굉장히 중요한 임무로 생각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편 비행 경로 결정 과정을 놓고 유족과 LG전자 측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박 기장의 아들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사고 당일 아버지가 회사와 통화하며 '안개가 많이 끼어 위험하니 김포에서 바로 출발하는 게 어떠냐고 상의하는 것을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G전자 측은 "기상이 나빠 김포에서 바로 출발하려 했지만 조종사가 출발 한 시간 전 잠실을 경유할 수 있다고 알려왔다"며 "기장이나 회사측이 안전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비행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손현성기자 h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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