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18일 국회에서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한다. 정부 새해 예산안과 민생ㆍ경제 입법 처리를 위한 협조를 요청하는 자리지만, 정치현안과 관련해 어떤 언급을 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특검 도입 등 야당의 3대 요구와 관련해 야당 체면을 세워줄 만한 내용이 담기느냐 여부에 따라 여야 대치정국의 방향이 결정될 것이기 때문이다.
30여분 정도로 알려진 박 대통령의 시정연설 대부분은 국정운영 방향과 예산안 편성의 당위성을 설명하면서 예산안과 민생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주문하는 데 할애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정치현안에 대한 언급이다. 야당은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한 '원샷 특검' 도입과 국정원 개혁 특위 설치, 남재준 국정원장 황교안 법무장관 박승춘 국가보훈처장 해임 등 3대 요구사항을 내걸고 감사원장 인준, 결산안 처리에서 지연전술을 구사하고 있고 향후 예산안과 민생법안도 연계방침을 확실히 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17일까지 이와 관련해 청와대 안팎의 다양한 의견을 듣고 시정연설 내용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치현안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한 말씀이 있기 때문에 그 틀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대통령이 직접 최종안을 가다듬고 있기 때문에 당일 시정연설 내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과 관련, "철저한 조사와 사법부의 판단이 나오는 대로 불편부당한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고 재발 방지책도 마련할 것" 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국정원 사건 등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사건이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점을 들어 특검에 반대하고 있는 게 여권 입장임을 감안할 때 박 대통령이 전향적인 조치를 언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정치권 관측이다. 하지만 향후 예산안 처리 등에서 야당 협조가 절실한 만큼 야당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한발 진전된 내용의 언급을 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박 대통령의 입장을 들은 뒤 투쟁방향을 정하겠다는 민주당은 시정연설을 하루 앞둔 이날 압박 수위를 높이는 등 잔뜩 벼르는 모양새다. 우상호 김기식 등 민주당 의원 13명은 소속 의원 86명의 서명을 받은 뒤 청와대 앞에서 "시정연설에서 특검과 특위를 수용하라"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민주당은 18일 오전 9시 의원총회를 통해 박 대통령의 본회의장 입장시 기립 여부 등 행동지침을 최종 결정키로 했다. 지도부는 의원 개개인의 행동을 통제하지는 않되 '적절한 예우'를 갖추도록 하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했지만, 일부 강경파 의원들은 항의표시로 검은 넥타이 착용 등을 예고하고 있다. 민주당은 시정연설 내용을 본 뒤 황교안 법무장관 해임건의안 등도 제출할 예정이다.
박 대통령이 본회의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국회 본청 2층 정문의 현관 앞에 마련된 통합진보당 농성장을 지나쳐야 해 이들의 '항의 퍼포먼스'도 예상된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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