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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은 건보공단서 40일내 약값 받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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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들은 건보공단서 40일내 약값 받으면서…

입력
2013.11.1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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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제약사들과 의약품 도매업체들은 현재 집단 고사상태. 정부의 건강보험 약가 인하정책과 구조적 과당경쟁 등 탓도 있지만, 위기의 상당 부분은 대형병원들의 횡포 때문이라는 게 이들의 시각이다. 납품대금만 제때 줘도 숨통은 트인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대형병원들은 환자들에게 사용한 약값을 국민건강보험공단 측에 청구하면 심사절차를 거쳐 짧게는 보름, 길어도 40일이면 대금을 받는다. 돈을 받은 만큼 약을 공급한 도매상에 결제만 해주면 되는데, 차일피일 정도를 넘어 무작정 늦게 주는 게 오랜 관행이다.

의약품도매협회 조사 결과, 우리나라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특A급 병원들, 예컨대 서울대병원이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도 3~5개월이 지나야 대금을 지급했다. 6개월이 넘는 건 다반사이고 한양대ㆍ경희대병원 등 1년이 넘도록 지급하지 않는 곳도 적지 않았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업이든 유통업이든 이젠 1년 넘게 납품대금을 주지 않는 대기업은 없을 것"이라며 "대형병원이야말로 가장 갑(甲)의 횡포가 심한 곳"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말 민주당 오제세 의원이 ▦의약품 대금을 3개월안에 의무적으로 지급하고 ▦이 기한을 넘기면 연 40% 이자율 범위 내에서 하루 단위로 이자를 계산해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한 약사법 개정안을 내놓자 병원들도 부랴부랴 개선안 마련에 나섰다. 병원협회측은 일단 자율협의에 맡겨 달라며 법제화 연기를 요청했고, 이에 따라 지난 6월 병원협회와 도매협회간 태스크포스팀(TFT)이 꾸려져 논의를 거듭해왔다.

병원측 최종안은 연간 의약품 구매액이 30억원 이상인 병원에 한해 내년 말부터 4개월 이내에 대금을 지급하되, 법제화 아닌 자율 시행토록 한다는 것. 나춘균 병원협회 대변인은 "현재 대다수 병원들이 경영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만약 의약품 대금 조기지급이 법제화하면 병원들도 줄도산하고 말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도매협회 측은 법제화를 전제로 연간 의약품 구매액 10억원 이상인 병원에 한해 4개월 이내에 대금을 결제토록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도매협회 관계자는 "어느 시장이든 경영상태가 어려운 회사는 자연스럽게 구조조정이 되기 마련인데, 병원들만 유독 제약업계의 희생을 딛고 버티려 한다"고 비난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자 보건복지부는 연간 구매액 30억원 이상인 병원에 한해서 자율 시행한 후 잘 지켜지지 않으면 법제화하자는 내용의 중재안을 내놓았다. 현재 30% 가량의 병원이 4개월 내에 대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 비율을 자율시행 1년 뒤 70%, 2년 뒤 80%, 3년 뒤 90% 수준까지 높이겠다는 것이 중재안의 골자다. 만약 이 비율에 도달하지 않으면 곧바로 법제화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법안을 발의한 오제세 의원측도, 도매협회측도 복지부안이 '사실상 병원 편들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오 의원실 관계자는 "18일부터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애초 발의한 법률안과 (도매협회측이 내놓은) 타협안을 놓고 논의를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입법논의가 시작되어도 향후 처리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실제로 대형 병원 말고는 적잖은 중형 이하 병원들이 경영상 애로를 겪고 있는데다, 적지 않은 의원들이 두 업계간 싸움에 끼어들기를 원치 않고 있기 때문이다.

박주희기자 jxp93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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