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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18일] 달라져야 길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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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11월 18일] 달라져야 길이 보인다

입력
2013.11.17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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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거의 모든 국가들이 고민하는 고용·성장문제 해결의 핵심은 국제금융 체제상의 개선여부에 달려있다. 현 체제가 자체적인 조정능력이 결여된 채로 돈만 찍어내면서 시스템의 유지에 인질로 잡힘에 따라 투자환경은 점차 악화되고 자금흐름은 미래 불안을 가중시키는 방향으로 강화되고 있다. 아무리 각자의 문제해결에 부심하더라도 길이 보이지 않고 부작용에 대한 우려로 이젠 방향을 틀기마저 어렵게 되었다. 현 국제금융체제는 과도한 달러의존도로 인해 각자의 문제해결에 동원될 재원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되면서 전체적 문제를 키우고 있다. 가장 절실한 부채감축이나 고용확대를 위한 노력이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은 결코 정상이 아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국제금융체제의 개편문제는 남의 일로 간주되고 있다.

상황은 심각하다. 글로벌 차원의 문제에 대해 모두의 협력이 필요한데 오히려 대립과 각자도생이 강화되고 있다. 미래준비가 절실한데 단기대응으로 꺼져버릴 버블만 키우고 있다. 변화를 촉구하는 외침의 목소리는 실천없는 방관의 자세로 돌아오고 있다. 당장 양적완화축소의 부담이 남아 있는 가운데 유동성이나 금리불안은 비기축통화국과 일반 서민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그동안 성실하게 부를 일궈냈던 중산층은 늘어난 부채상환부담과 자산가치붕괴, 저성장의 고통에 고스란히 노출되어있다. 더욱이 말라붙는 재정기반으로 복지프로그램이나 사회안전망의 지킴이 역할마저 기대하기 힘들다. 이제 경제적 난항과 사회적 상실감은 가뜩이나 심각한 양극화를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 심층부의 제대로 된 변화가 부재한 상태에서 글로벌 경제의 균열(fragmentation)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계가 전례 없는 어려움에 빠진 이유는 글로벌 차원의 공공재 공급과 장기적인 투자문제에 대비하지 못한 결과이다. 당장의 성과를 즐기기에 급급했다. 여전히 글로벌 차원의 금융안정이나 동반성장은 국가간 경쟁이 치열한 현실에서 시장실패의 영역으로 남아있다. 장기투자가 이루어지지 못한 이유는 부채기반의 금융자본주의가 정착되면서 초래된 현실이다. 그나마 현 금융체제의 낙후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후변화 관련 투자라든지 공동체의 작동을 위한 사회적 책임투자마저 모멘텀을 상실해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의존해 있는 패러다임은 글로벌화된 현실에서 빠르게 적합성을 잃어가고 있다. 늘어만 가는 수리비용으로 우리의 미래재원마저 소진하고 있다.

이제 1971년 이후 세계경제성장에 기여해온 브레튼우즈II 체제는 환경변화에 걸맞게 개편되어야 한다. 모든 경제적 의사결정에 있어 그 동안 간과되었던 '전체를 생각하고 미래를 고려하는 자세'가 공히 반영되어야 한다. 실적에 대한 조급증은 부실의 원인이다. 모든 회계기준에서부터 평가와 성과보상, 그리고 금융시스템의 작동에 이르기까지 이웃과 미래를 명시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적어도 글로벌 지배구조 정착에 이르기까지 국제기구는 전체적인 위험을 모니터링하고 관리하는 역할에 보다 적극적이어야 한다.

무엇보다도 현 금융체제가 낙후된 배경원인으로 작용한 아시아는 세계에서 높아진 비중에 걸맞게 방관자의 자세에서 벗어나 금융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에 나서야 한다. 미래의 좋은 협력기회마저 과거에 속박되어 외면할 필요는 없다. 그 동안 성장과 고용을 위해 지켜왔던 패러다임의 실질적 변화를 통해 성장동력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 즉, 개방과 다양성을 기본 축으로 내수기반과 중소기업이 살아나는 변화가 절실하다. 특히 국제금융체제를 보완하는 데 있어 달러가 유일한 준비통화로 인식되는 현실을 역내협력을 통한 금융자산공급의 확충으로 극복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주문은 여전히 비현실적인 이슈로 치부될 지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역내국가들이 적극 참여하는 국제금융체제의 본질적 개편이 없다면 낙후된 현 패러다임의 시스템 과부화로 세계경제는 장기침체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광범위한 협조체제를 끌어낼 수 있는 브레튼우즈III의 탄생을 위해 역내의 리더쉽들은 보다 적극적 역할을 개진해야 한다. 더 이상 우리가 무임승차할 수 있는 체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최공필 한국금융연구원 상임자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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