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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1월 18일] 100년을 보는 중국, 5년도 못 보는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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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11월 18일] 100년을 보는 중국, 5년도 못 보는 한국

입력
2013.11.17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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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개의 100년(兩個一百年)을 향한 목표와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中國夢)을 실현하기 위한 개혁에는 끝도 없고 완성도 없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말이다. 그는 9~12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3차 전체회의(18기3중전회)에서 '개혁을 전면 심화하는 데에 관한 중대 문제의 결정'을 상정하며 이렇게 설명했다. 국가안전위원회를 세워 급변하는 국내외 정세에 대응하는 한편 전면심화개혁영도소조를 통해 정부의 기능은 줄이고 시장의 역할을 확대, 경제에 다시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것이 이번 개혁안의 핵심이다. 30~50여년간 이어져온 한 자녀 정책과 노동교양제도를 폐지키로 한 것도 눈에 띈다. 오늘의 중국을 잉태한 덩샤오핑(鄧小平)의 1978년 개혁개방 선언에 버금가는 '제2의 선언'으로, 바야흐로 '개혁 2.0 시대'가 시작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시 주석이 밝힌 대로 중국은 지금 '두 개의 100년'이라는 목표를 향해 무섭게 전력질주하고 있다. 두 개의 100년이란 중국공산당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小康)사회(일반 백성도 모든 방면에서 만족하며 사는 풍요로운 사회)를 실현하고 신중국 성립 100주년이 되는 2049년까지 부강하고 민주적인 문명 조화의 사회주의 현대화 국가를 만든다는 목표를 말한다.

두 개의 100년이 공식 등장한 것은 1997년 중국공산당 제15차 전국대표대회(15차 당대회)에서였다. 이를 '중화민족의 위대한 부흥이란 중국의 꿈'으로 집약하고 의미를 부여한 사람이 바로 시 주석이다. 동전의 양면인 셈이다. 시 주석이 이를 굳이 '위대한 부흥'으로 표현한 것은 그의 역사 인식에서 비롯됐다. 1840년 아편전쟁 이후의 중국은 서방 제국주의의 침략에 굴욕의 100년을 겪었다. 시 주석은 1949년 신중국 성립 이후의 중국은 이를 극복하는 또 다른 100년을 보내고 있으며 이를 2049년에 끝내고 그 때부터는 영광의 시대를 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중국은 100년 단위의 목표를 내세워 중화의 부흥을 노래하고 있다. 마오쩌둥(毛澤東)과 덩샤오핑 사후 10년마다 최고 지도부가 교체되고 있지만 그 목표는 일관되고 변함없이 추진되고 있다. 새 지도자는 늘 이 목표를 확인한 뒤 전 지도부가 이룬 10년의 성과를 평가하고 자신이 이어받은 또다른 10년의 숙제를 달성하기 위해 애쓴다.

이런 중국과 달리 한국은 지금 국정 장기 목표조차 제시되지 않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이 되는 2019년까지 뭘 하겠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있는가. 광복 100주년이 되는 2045년까지 한민족의 꿈에 대한 청사진을 본 적이 있는가.

100년은 고사하고 5년마다 정권이 바뀌며 모든 것이 뒤집히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장기 목표를 세워도 무용지물이 되기 쉽다. 그 누구도 5년 후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의 역사적 과제인 통일에 대한 최소한의 목표 시간표도 없다. 각 정권은 대한민국이란 연속성과 공동운명체에 대한 의식조차 없고 새 지도자는 전임 지도자들을 인정하는 대신 부정하고 부관참시하는 데만 골몰한다. 그런 소모적인 일로 길지도 않은 5년 임기의 초반부를 허비한다. 그런 후엔 고아인 양 백지에서 출발한다. 그 자신도 피곤할 수 밖에 없고 국가와 민족 입장에서 봐도 큰 손해다.

시 주석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방중했을 때 건넨 선물은 당나라 시인 왕지환의 '등관작루'를 옮긴 서예 작품이다. 여기엔 '욕궁천리목 갱상일층루(欲窮千里目 更上一層樓ㆍ천리를 보기 위해 누각의 한 층을 더 오른다)란 시구가 있다. 적어도 지도자는 더 높은 곳에 올라 더 멀리 볼 줄 알아야 한다. 100년을 염두에 둔 중국의 지도자 입장에서 한국이 좀 더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클 것이다. 그래야 함께 천하를 논할 수 있지 않겠는가. 언제까지 현미경만 보고 있을텐가.

박일근 베이징특파원 ik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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