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자유계약선수(FA)들의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그냥 부르는 게 값이다. 지난해까지 2005년 심정수(은퇴)의 '4년 60억원' 최고액이었다. 하지만 올해 심정수를 능가한 선수만 4명이나 된다. 타 구단과 협상할 수 있는 첫 날인 17일부터 대형 계약 소식이 잇달아 터져 나왔다.
한화는 국가대표 붙박이 1,2번 타자 정근우(31)와 이용규(28)를 총액 137억원을 주고 한꺼번에 영입했다. 정근우와는 4년 총액 70억원(계약금 35억원ㆍ연봉 7억원ㆍ옵션 7억원), 이용규와는 4년 총액 67억원(계약금 32억원ㆍ연봉 7억원ㆍ옵션 7억원)에 각각 도장을 찍었다.
올해 타율이 2할3푼5리에 불과했지만 포수라는 희소성으로 FA 최대어로 평가받은 롯데 강민호(28)가 4년 총액 75억원으로 사상 최대 금액을 갈아치운 것에 이어 역대 2, 3위에 해당하는 초대형 계약이다.
15일에는 장원삼(30)이 투수 FA 최고액인 60억원에 삼성 잔류를 선언했다.
두산의 리드오프였던 이종욱(33)도 4년 총액 50억원에 NC와 계약했다. 33세의 나이는 전혀 걸림돌이 안 됐다. 2011년 이택근, 지난해 김주찬을 기준으로 이제 웬만한 주전급 FA의 금액은 '기본'50억원으로 정해진 모양새다. FA가 워낙 초고가 몸값이 된 탓에 11년 통산 타율 2할6푼1리에 그쳤던 LG 외야수 이대형(30)까지 KIA와 4년 총액 24억원 잭팟을 터트렸다. 삼성의 주전 외야수 박한이(34)가 4년 총액 28억원에 도장을 찍은 것에 비춰보면 '입이 쩍 벌어지는' 금액이다.
몸값 인플레이션이 현실화되자 일각에서 "과연 그 만한 투자 가치가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거품이 끼어도 너무 끼었다"는 지적도 있다. 수도권 구단의 한 관계자는 "FA 몸값이 너무 치솟아 큰 일"이라며 "선수단 사이에 위화감이 생길 수 있는 부분도 염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급은 제자리인데 수요자만 늘어 FA들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는 분석을 내 놓고 있다. 내년 겨울에는 1군에 진입하는 10구단 KT까지 '쩐의 전쟁'에 뛰어들 것이 분명하다. 실제 100억원 짜리 선수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힘을 얻고 있다. 2014년 시즌을 마치면 국내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SK 최정(26)이 FA 자격을 얻기 때문이다. 최전성기에 올라있는 선수에다 나이까지 젊은 최정을 향해 KT가 무조건적인 구애를 펼칠 전망이다. 수원 유신고 출신인 최정은 KT 연고와 딱 맞는 선수다. 벌써부터 '100억 베팅설'이 나도는 이유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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