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팬은 김동률이 더 많고, 웃긴 걸론 유희열을 못 이겨요. 예능에선 존박에게 밀리죠. 뭘 해도 '톱'이 아니었어요. 그래서 소모되지 않고 꾸준히 간다는 장점은 있죠."
가수 이적(39ㆍ사진)의 유머엔 부담 없는 겸손이 녹아 있다. "나는 대형 가수가 아닌 소형가수"라는 근거 없는 자기비하가 썩 밉지 않다. 에둘러 말하면 음악 하나로 승부해 온 세월에 대한 자부심일 것이다.
2010년 정규 4집 '사랑' 발표 후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엠넷 '방송의 적' 등 TV 출연으로 바빴던 이적이 3년 만에 새 앨범 '고독의 의미'를 15일 내놓았다. 국민 청혼가가 된 '다행이다'(2007)와 '그대랑'(2010) 등 촉촉한 연가를 부르던 그가 이번에 발표한 앨범에선 고독을 노래한다. 제목도 '고독의 의미'다. 타이틀 곡 '거짓말 거짓말 거짓말'에선 '물끄러미 선 채 해가 저물고/ 웅크리고 앉아 밤이 깊어도/ 결국 너는 나타나지 않잖아/ 거짓말 음 거짓말'이라고 노래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버려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이 있었나 봐요. 일단, 가정생활은 행복합니다. 하하. 하지만 인생이란 게 원래 고독하잖아요. 그와 별개로 나이가 주는 고독감이나 위기감도 있고, 음악 하는 사람으로 느끼는 부분도 있겠죠. 언제까지 사람들이 내 음악을 들어 주고 콘서트에 와 줄까 생각하곤 해요."
3, 4집이 어쿠스틱 밴드 편성으로 부른 발라드 위주의 앨범이었던 것과 달리 새 앨범은 일렉트로닉 댄스, 복고풍의 발라드, 패닉 시절을 연상시키는 얼터너티브 록 등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보여준다. "싸이가 달라고 했던 곡"이라는 '사랑이 뭐길래'는 록과 일렉트로닉 댄스에 타이거JK의 랩이 뒤섞인 곡이다. 그는 "정체되고 안주하는 느낌이 들어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싶었다"고 했다.
정인과 함께 부른 '비포 선라이즈'는 1980년대 말이나 90년대 초 유행하던 팝 발라드를 재현한 곡으로 앨범 발표에 앞서 가장 먼저 공개됐다. 그는 "가장 좋아하는 사랑 영화의 제목이기도 한데, 영화처럼 과거 사랑을 함께 나눴지만 지금은 함께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해 남녀가 각자 이야기하는 곡"이라면서 "성숙한 감성의 듀엣 곡"이라고 소개했다.
이적은 1999년 솔로 1집을 낸 이후 3, 4년마다 정규 앨범을 하나씩 내놓고 있다. "작곡도 다작을 하기 시작하면 시간이 단축되더군요. 전국민이 알 만한 노래 일고여덟 곡을 2, 3년 만에 써버리면 그 뒤론 곡도 잘 안 써지고 쓰는 곡들도 비슷해진다는 말이 있어요. 그래서인지 이렇게 3년 만에 앨범을 내는 게 오랫동안 음악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 같아요. 야구로 치면 투수가 투구수를 조절해 가면서 출전하는 거죠."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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