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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극작가 스터디로 만들어진 담백한 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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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극작가 스터디로 만들어진 담백한 오페라

입력
2013.11.17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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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집 여종업원 경자와 미나는 티격태격해야 하는데 두 분 다 너무 착해 보이세요. 미나는 좀 더 앙탈을 부리면 좋겠어요."

외국의 유명 오페라단과 가수를 초청한 대작 공연이 줄을 잇는 오페라의 계절이지만 이 오페라의 연습실, 소박해도 너무 소박하다. 출연 성악가는 고작 다섯 명. 바리톤이 맡은 남자 주인공은 쉰이 넘도록 혼자 살아 온 화물차 운전수인 수남, 상대역은 소프라노가 연기하는 술집 종업원 경자다.

첫 장면 연습 후 가장 오래 지적 사항을 늘어 놓는 사람은 연출자도, 지휘자도 아닌 연극배우. 유달리 대사가 많은 이 작품에 출연하는 성악가들의 화술 교육 담당이다. 20~23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 무대에 오르는 '세종 카메라타' 오페라 리딩 공연 4편 중 하나인 '달이 물로 걸어오듯'의 연습실은 이래저래 여느 오페라 연습과는 다른 모습으로 펼쳐졌다.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오페라 전막 공연이 무대장치와 오케스트라 없는 피아노 반주에 맞춘 리딩 콘서트 형식으로, 미완성인 채 무대에 오른다. 연극ㆍ뮤지컬 등 다른 장르에서는 일반화된 사전 제작 시스템인 프리 프러덕션(pre-production)이 오페라에서 시도되는 셈이다.

서울시오페라단은 지난해 10월 창작 오페라 개발을 위해 극작가 고연옥, 고재귀, 박춘근, 배삼식씨와 작곡가 최우정, 황호준, 신동일, 임준희씨로 구성된 모임 '세종 카메라타'를 결성했다. 중세 이탈리아 피렌체의 오페라 연구 모임 '카메라타'를 본떠 만든 것으로 8명의 창작자들은 주기적으로 워크숍을 가졌다.

"좋은 오페라는 말과 음이 잘 결합돼야 하기 때문에 단순히 창작자에게 작품을 의뢰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극작가와 작곡가가 시간을 두고 서로 배울 수 있는 협업 과정을 생각하게 됐다"는 게 이건용 서울시오페라단장의 기획 취지다. 그리고 그 결과물로 4편의 신작 오페라 '달이 물로 걸어오듯'(고연옥 작ㆍ최우정 작곡), '당신 이야기'(고재귀 작ㆍ황호준 작곡), '로미오 대 줄리엣'(박춘근 작ㆍ신동일 작곡), '바리'(배삼식 작ㆍ임준희 작곡)를 무대에 올리게 됐다.

이번 프로젝트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것 이상으로 창작자의 역량을 키우는 데 의미를 두고 있다. 따라서 아직 작품을 대중에 공개하기 전이지만 창작자들은 지난 1년 여 간 얻은 교훈만으로도 이미 만족스러운 눈치다. 고연옥씨는 "오페라는 음악만으로도 인간의 본성까지 건드릴 수 있는 오페라만의 서사가 가능한 장르임을 새삼 깨달았다"며 "그간 100% 언어에만 매달려 온 것과 달리 앞으로 일부는 음악에 완전히 맡기는 방식으로 오페라 작업에 참여해야 할 듯하다"고 말했다. 최우정씨는 "이번 워크숍을 통해 아리아와 레치타티보(대사를 말하듯 노래하는 형식)의 단순 구분에서 벗어나 말에서 노래에 이르는 다양한 스펙트럼을 시도할 수 있었다"며 "이번 낭독 공연에 국한된 것이 아닌 창작 오페라 발전을 도모하는 진화된 형태의 '카메라타'를 기획하는 것도 의미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1일 2회로 하루에 두 작품씩 선보이며 연출은 4편 모두 오페라 연출가 장재호씨가 맡았다. 바리톤 최강지, 소프라노 한경성씨 등 창작 오페라 경험이 많은 성악가들이 대거 출연한다. 4편 중 인기를 얻은 작품은 내년에 서울시오페라단이 제작해 세종M씨어터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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