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판의 황태자 이슬기(26ㆍ현대삼호중공업)가 2년 만에 천하장사 타이틀을 되찾았다.
이슬기는 17일 충남 서산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2013 IBK 기업은행 천하장사씨름대축제 장사결정전(5전3선승제)에서 김재환(용인대)을 3-0으로 꺾고 천하장사에 등극했다. 2011년 처음 장사에 오른 이후 두 번째 우승으로 상금 2억원을 손에 넣었다.
이슬기는 이번 대회를 통해 완벽한 부활을 알렸다. 2012년 9월 추석장사씨름대회 출전을 앞두고 무릎 십자인대가 끊어지는 부상으로 수술대에 올랐다. 1년간 피나는 재활을 거친 이슬기는 지난 9월 추석장사씨름대회에 복귀전을 치른 이후 불과 2개월 만에 건재함을 뽐냈다.
2007년 민속씨름에 데뷔한 이슬기는 2011년 천하장사대회 우승을 비롯해 2011년과 2012년 설날장사 백두급 2연패를 차지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다. 체구에 비해 스피드가 빠르고, 기술 씨름으로 모래판을 호령하며 이태현의 후계자로 주목을 받았다.
이슬기의 결승 상대는 ‘맞수’ 정경진(창원시청)이 아닌 대학생 김재환이었다. 정경진은 올해 세 개 대회 연속 백두장사 타이틀을 가져간 씨름판의 대세로 떠올라 이번 대회 역시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혔지만 준결승에서 김재환에게 0-2로 패했다.
그러나 이슬기 앞에서 이만기 이후 28년 만에 대학생 천하장사를 노리던 김재환의 돌풍은 멈췄다. 첫 판에서 연장 끝에 밀어치기로 기선 제압에 성공한 이후 두 번째 판과 세 번째 판에서도 각각 밀어치기, 밭다리로 김재환을 모래판에 눕히고 포효했다.
이슬기는 경기 후 “힘들었던 재활 기간이 생각나 세리머니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며 “그 동안 경기에 나가고 싶어도 못 나가는 상황이 힘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근육이 당기고 왼 다리에 통증도 있어 몸 상태가 50~60% 정도 밖에 안 됐다”며 “몸이 다 안 올라왔는데 운이 많이 따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그는 “내년에는 컨디션을 더 끌어올려 최소 3개 대회는 우승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편 8강 진출자 중 유일한 한라급(110㎏ 이하) 선수로 관심을 모은 대학생 최성환(동아대·108㎏)은 8강에서 135㎏의 노진성을 2-1로 누르고 한라급 천하장사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4강에서 이슬기에게 0-2로 무릎을 꿇었다. 김지섭기자
한국스포츠 김지섭기자 onion@hksp.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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