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를 성추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중학교 교사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목격자로 지목된 학생들이 말을 바꾸는 등 진술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 천대엽)는 제자를 성추행한 혐의(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된 서울 모 중학교 교사 오모(50)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17일 밝혔다.
지난해 11월 오씨는 학교 계단을 올라가면서 한줄로 걸어가던 이모(13)양과 그 친구들을 앞질러 걸어갔다. 이 과정에서 이양은 “오 교사가 지나가며 자신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졌다”며 오씨를 고소했다. 근처에 있던 친구들도 “성추행 장면을 목격했다”고 주장하면서 일이 커졌다. 이양은 “오 교사가 이전에도 상습적으로 다른 학생들의 브래지어 끈 부분을 쓰다듬거나 허벅지 부위를 만지는 등 여러 명의 학생들을 추행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목격자로 지목된 이양의 친구들이 법정에서 진술을 바꾸면서 재판은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이들은 “이양에게 이야기를 전해 듣고 진술한 것일 뿐 추행을 직접 목격하지 않았다”며 “이양으로부터 ‘오 교사가 허벅지를 만져 치마가 올라갔다’는 얘기를 듣고 그런 줄 알고 있을 뿐”이라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재판부는 점심시간이 끝난 직후 학교 식당 부근 계단에서 발생한 상황이라는 점과 오씨의 평판 등을 종합해 “이양을 앞질러 가는 과정에서 추행 의도가 없는 신체적 접촉의 가능성이 있었을 뿐이라는 오씨의 주장이 사리에 맞는 설명으로 보인다”며 “나아가 이양의 진술에 착오의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 오씨가 이양을 추행하기 전부터 다른 학생들을 추행해 왔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처음엔 문제 되지 않다가 고소장이 작성되는 과정에서 문제 삼았고, 여기에 동조한 친구들 역시 법정에서 ‘이양에게 전해 들었다’고 진술한 점 등을 고려하면 선뜻 믿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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