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북쪽으로 두 시간 거리에 위치한 현대·기아차의 캘리포니아 주행시험장(California Proving Groundㆍ이하 모하비주행시험장)을 찾았다. 절기상 11월 중순의 늦가을이었지만 사막의 작열하는 태양에 이 곳의 한 낮 온도는 30℃를 훌쩍 넘었다.
모하비사막은 차체는 물론 각종 실·내외 부품들이 극심한 더위, 편차가 큰 온도 변화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기 위한 천혜의 장소. 기자가 모하비주행시험장을 찾은 이날도 현지 엔지니어들은 현대차 신형 제네시스의 내구성 및 주행 테스트에 한창이었다. 내년 상반기 현지 출시 예정인 신형 제네시스의 주행 성능과 품질 향상을 위해 막바지 ‘담금질’을 벌이고 있었던 것.
현대ㆍ기아차가 지난 2005년 완공한 모하비주행시험장의 면적은 약 1,770만㎡(약 535만 평)로 영암 F1 서킷 면적의 9.5배, 여의도 면적의 2배에 달하는 광활한 규모를 자랑한다. 인공위성에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사막 위의 거대한 인공 구조물이다.
가장 규모가 큰 시험코스인 ‘고속주회로’는 길이가 10.3km로 국내 최대 시험 시설인 남양연구소의 2배가 넘고, 최고속도 250km로 한 바퀴 도는데 2분 30초가 걸릴 정도로 길다.
이 곳에는 ‘고속주회로’를 비롯해 ‘범용시험장’, ‘장등판 시험로’ 등 총 11개 시험로가 있고, 모든 시험로를 연장하면 길이가 무려 61km에 달한다.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주행시험장은 GM, 포드, 도요타 등 세계적인 완성차 업체들만 보유할 정도로 손에 꼽히는 대규모 시설이다.
모하비주행시험장은 여름철에는 매우 무덥고 건조한 전형적인 사막 기후로 평균 39℃, 지면 온도는 54℃를 넘나든다. 반면 겨울철엔 평균 26℃의 포근한 날씨가 이어지며 폭풍이 있을 경우에는 비와 눈이 몰아친다. 사계절 내내 매일 다른 조건에서 테스트 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는 이같은 극한의 자연 환경에서 가혹한 주행 시험 과정을 거쳤다. 2012년 말부터 올해까지 약 20여 대의 신형 제네시스가 각종 테스트를 위해 시험장 곳곳을 누볐다. 현대차가 신형 제네시스 개발 과정에서 가장 공을 들였던 부분은 완벽한 내구 성능 확보.
신형 제네시스는 모하비주행시험장의 자랑인 10.3km의 ‘고속주회로’를 최고 시속 250km로 3,200 여 바퀴를 도는 차량당 2만 마일(약 3.3만km)의 가장 가혹한 종합 내구 시험을 견뎌냈다.
▲비포장이 포함된 11.4km의 사막 지형으로 구성된 ‘크로스컨트리 시험로’ ▲가혹도가 워낙 심한 1만 마일 정도의 주행만으로도 6만 마일을 주행한 것과 똑같은 효과를 내는 ‘내구 시험로’ 시험 등도 무사히 마쳤다.
이렇게 약 20여 대의 신형 제네시스는 ‘고속주회로’와 ‘크로스컨트리 시험로’, ‘내구 시험로’ 등 총 누적거리 160만 마일(약 260만km)의 모하비주행시험장 극한 내구 테스트를 모두 통과했다. 이는 지구를 65바퀴를 돈 것과 같은 거리다.
GM에서 16년간 근무하다 지난 2005년 현대차에 합류한 앤디 프릴스 차량 시험팀장은 이날 한국 기자단과의 인터뷰에서 “신형 제네시스는 기존 모델 대비 엔진사운드, 핸들링 등 다이내믹한 주행성능 측면에서 한 단계 업그래이드 된 차를 만들겠다는 목표를 갖고 개발했다”며 “실제 주행테스트 등을 통해 기존 모델과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개선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2003년 도요타에서 현대차로 옮긴 샤혜 아펠리언 섀시 담당 매니저는 “기존 제네시스는 2륜구동만 있었지만 신형 모델에는 최초로 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적용했다”며 “따라서 프런트부분의 설계 변형 등 플랫폼을 차별화한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출시에 앞서 가장 중점을 두는 테스트 과정에 대해 “유럽, 북미 지역에 관계없이 큰 틀에서는 공통점을 갖고 가야 하기 때문에 세세한 부분에서의 튜닝 위주로 진행된다”며 “내구시험도 개발 단계별로 다르게 진행하고 있어 시험결과들을 꾸준히 모니터링하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는 냉각 성능 등 고속주행에서의 내구성에 관심을 두고 지속적으로 개선 작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이처럼 신형 제네시스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최근 미국 시장에서의 부진을 만회할 ‘비장의 무기’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 출시 첫해인 2008년, 6개월여 만에 6,000대가 넘게 판매된 데 이어 한국 자동차로는 최초로 2009년 1월 북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되는 등 미국 시장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를 한 단계 끌어올리는데 공헌을 한 모델이다.
이에 힘입어 제네시스는 미국 시장에서 2009년 1만3,604대, 2010년 1만6,448대 등 꾸준히 판매를 늘려가며 누적 판매 9만3,631대를 기록, 미국 진출 5년여 만에 10만 대 판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미국 자동차 전문 조사업체 ‘스트°셉?비전(Strategic Vision)’이 지난 14일 발표한 ‘2013년 종합 가치 평가(Total Value Awards)’에서 전체 브랜드 중 1위를 차지했다. 총 4개 차종이 부문별 1위에 오른 가운데 제네시스 쿠페는 쉐보레 콜벳과 포르쉐 911 등 유수한 라이벌들을 제치고 프리미엄 쿠페(Premium coupe) 부문에서 1위에 올랐다. 현대차는 신형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앞세워 내년 미국 프리미엄 차종 시장에서 3만 5,000대 판매로 점유율 8%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있다.
신형 제네시스가 미국 시장에서 모하비 사막의 태양만큼이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새로운 ‘신화’를 창조할지 관심을 모은다. 모하비(미 @ㆍ사진=현대차 제공
[사진설명 1]신형 제네시스가 내년 상반기 미국 시장 출시를 앞두고 모하비주행시험장에서 막바지 테스트에 한창이다.
[사진설명 2]하늘에서 바라 본 모하비주행시험장의 광활한 전경.
[사진설명 3]헤드 램프 등 각종 실·내외 부품들이 극심한 더위와 편차가 큰 온도 변화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실험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이승택기자 l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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