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 간판 디자이너이자 '구호'브랜드를 만든 정구호 전무가 10년 만에 회사를 떠난다. 또 한 명의 간판 디자이너이자 남성복 '준지'브랜드를 이끄는 정욱준 상무는 그대로 남는다.
15일 제일모직에 따르면 정 전무는 "제일모직과 함께한 10년간의 시간은 구호의 놀라운 성장과 해외시장진출 등 패션 디자이너로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경험을 한 뜻 깊은 시간이었다"며 회사측에 퇴사 의향을 전해왔다.
정 전무는 '구호'브랜드를 뉴욕과 파리 등에 입성시킨 우리나라 간판 디자이너. 원래 그가 만든 여성복 브랜드였는데, 지난 2003년 제일모직에 스카우트되면서 '구호'브랜드도 함께 인수됐다.
당시 정 전무의 영입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차녀인 이서현 부사장의 작품이었다. 이 부사장은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국제화를 위해선 최고수준의 디자이너가 필요하다고 보고, 미국 뉴욕 파슨스디자인스쿨 동문인 정 전무를 '크리에에티브 디렉터'로 영입했다. 100억 원 정도였던 '구호'의 매출은 제일모직 합류 이후 현재 1,000억 원대를 바라볼 정도로 성장했고, 패션 업계와 기업 간 '성공적인 만남'이란 평가를 받았다.
정 전무의 정확한 퇴사배경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삼성맨이 된지 10년이 지나고 또 제일모직 패션부문의 삼성 에버랜드 이관 등 환경변화가 생김에 따라 새로운 도전을 결심하게 됐다고 주변인사들은 전하고 있다. 정 전무의 퇴사 후에도 '구호'브랜드는 그대로 제일모직이 담당한다.
이와 관련, 정 전무는 회사측에 미술이나 도예, 현대무용 등 다양한 예술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실제로 그는 영화 '정사' '스캔들' 등에서 아트디렉터와 의상디자인을, 국립발레단의 무용 '포이즈'등에서 무대 디자인과 연출을 담당하는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왔다.
업계에선 삼성에버랜드 이관을 계기로 패션부문의 조직 브랜드 사업영억 등에 대한 정비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제일모직은 지난달 이탈리아 화장품브랜드 산타마리아 노벨라의 국내판권을 신세계에 넘겼고, 미국 잡화 브랜드인 나인웨스트는 내년 2월 만료되는 국내 판권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하는 등 사업정비를 진행중이다.
한편 거취에 관심이 모아졌던 제일모직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디자이너인 정욱준 상무는 그대로 남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구호 전무와 정욱준 상무는 각각 '구호'와 '준지' 브랜드로 뉴욕과 파리 패션쇼에 설 만큼, 제일모직을 대표하는 두 디자이너였다.
고은경기자 scoopk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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