록음악 역사에서 가장 성공한 헤비메탈 밴드로 꼽히는 메탈리카. 9년 전 제작된 다큐멘터리 '메탈리카: 섬 카인드 오브 몬스터' 속의 그들은 싸우고 소리지르고 고뇌하는 '평범한' 중년들이었다. 달리는 사자도 때려 잡을 것 같던 마초 록 스타도 인간 관계의 시련 앞에선 바람 앞에 놓인 촛불과 다름 없었다.
'섬 카인드 오브 몬스터'가 밴드 해체 위기에 몰린 멤버들을 조용히 응시하는 영화였다면, 14일 개봉한 '메탈리카 스루 더 네버'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형님들을 환호하는 영화다. 백스테이지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멤버들은 카리스마가 넘치고, 무대 위에서는 성난 맹수처럼 포효한다.
영화는 메탈리카의 2012년 캐나다 공연을 뼈대로 판타지 액션을 가미한 독특한 형식을 띠고 있다. 장편 뮤직비디오와 유사한 구성이다. 도입부에서 스케이트보드를 탄 로드 매니저 트립(데인 드한)의 시선을 따라 가면 제임스 헷필드, 커크 해밋, 라스 울리히, 로버트 트루히요를 차례로 만난다. 캐나다 밴쿠버와 에드먼튼에서 있었던 두 차례 공연이 하나의 콘서트처럼 이어진다.
2004년 영화 '콘트롤'로 칸영화제, 시카고국제영화제 등에서 주목 받은 님로드 안탈 감독은 실제 공연 장면에 뮤직비디오 성격의 픽션을 능란하게 끼워 넣었다. 첫 곡 '크리핑 데스'를 채 듣기도 전에 시내에 가서 뭔가를 가져오라는 지시를 받은 트립은 무정부적 폭동이 벌어지는 도심에서 말을 탄 악마와 사투를 벌이다 공연이 모두 끝난 뒤에야 돌아온다.
판타지 장면들은 짧지만 의미 있는 역할을 해낸다. 곡과 곡 사이에 긴장감을 부여하고 음악의 뉘앙스와 상상력을 키우는 것이다. 콘서트 장치도 한 몫 한다. '원' '라이드 더 라이트닝' 같은 곡들에선 대형 전기의자와 정의의 여신상이 무대를 점령한다. 단조로울 수 있는 공연이 각종 무대 장치와 영상 효과, 아레나를 입체적으로 훑는 유연한 카메라워크 덕에 풍성해진다.
감독은 트립이 고생 끝에 들고 온 가방의 미스터리를 풀지 않은 채 텅 빈 공연장에서'오라이언'을 연주하는 메탈리카를 묵묵히 비춘다. 9년 전 다큐멘터리와 달리 이번엔 음악에만 집중해 달라는 제스처처럼 보인다. 메탈리카 팬이라면 주저할 이유가 없다. 보컬과 기타, 베이스, 드럼의 소리를 꼼꼼히 잡아낸 사운드만으로도 92분간 가슴 뛰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15세 관람 가.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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