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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그땐 정말 겁내지 않고 영화 만들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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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그땐 정말 겁내지 않고 영화 만들었죠"

입력
2013.11.15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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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상도 높은 디지털 리마스터링 버전…"내 경력의 한폭판에 있는 작품… 개봉 당시 논란·심의 우려했는데쉽게 통과돼 문화의 성숙함 실감세계 어딜 가도 장도리 내밀며 사인 요청'스토커' 이은 두 번째 할리우드 영화 준비"

"한국 영화에서 2003년은 에너지가 넘치고 모든 게 가능하다고 생각한 때였습니다. 예술적인 실험과 과감한 주제 선택이 영화의 흥행과 별개라는 생각을 하지 않던 시기였어요. 영화를 만들면서도 겁을 내지 않고 자신만만했었죠."

박찬욱 감독의 걸작 '올드보이'가 세상에 나오던 그 해, 한국 영화는 정점을 찍고 있었다.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을 비롯해 '지구를 지켜라'(장준환), '장화, 홍련'(김지운), '바람난 가족'(임상수), '봄여름가을겨울 그리고 봄'(김기덕) 같은 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2004년 칸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올드보이'는 그 중에서도 에베레스트였다. '올드보이'와 박찬욱 감독에게 애정 고백을 하는 해외 영화인들의 발언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한국 영화의 간판이 된 이 영화가 10년 만에 첫 개봉일과 같은 11월 21일 다시 전국 극장가에 걸린다. 한국영화를 상징하는 영화가 된 작품이 충무로 르네상스의 10주년을 기념하는 셈이다.

15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박찬욱 감독은 덤덤한 표정으로 "내겐 '올드보이'가 경력의 한복판에 있다는 점에서 기억할 만한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드보이' 이전에 4편을 찍었고 이후 현재까지 4편을 완성했다. 박 감독은 10년 전을 회고하며 "개봉 전 예상했던 논란도 없고 심의도 쉽게 통과가 돼서 우리 문화가 많이 성숙하고 관대해졌다는 걸 실감했던 기억이 난다"고 했다. "개구쟁이 같은 배우" 최민식과 장난 치듯 아이디어를 주고 받으며 시나리오를 완성했던 추억을 떠올리며 미소 짓기도 했다.

박 감독은 재개봉을 결정하고 나서 9년여 만에 '올드보이'를 다시 보며 디지털 리마스터링을 진행하고 있다. 해상도 높은 디지털 영상에 길들여진 눈에는 과거 블리치 바이패스(bleach bypass, 필름 현상 과정 중 은입자를 제거하는 표백 단계를 건너 뛰어 채도를 낮추고 콘트라스트를 높이는 기법)로 만든 필름의 입자가 몹시 거칠어 놀라기도 했지만 "필름으로 촬영한 영화의 매력이어서 반갑게 느껴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올드보이'의 강렬한 폭력 묘사는 세계 관객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는 "세계 어딜 가도 장도리를 내밀며 사인을 요청하는 사람이 있다"며 웃었다. 높은 인기만큼 오해를 받기도 했다. 2007년 미국 버지니아 공대 총격 사건의 범인이 '올드보이'를 모방한 게 아니냐는 억측은 그에게 웃어 넘기기 힘든 기억일 것이다. 그러나 '올드보이'에게 영향 받은 영화들과 아류작이 계속 만들어지고 리메이크가 제작되는 현실은 이 영화가 지닌 힘이 얼마나 크고 끈질긴지 말해준다.

그는 자신에 대한 후배들의 존경을 단지 "한 시대의 유행"으로 여긴다. 나홍진 감독이건, 강형철 감독이건 대신 차지할 수 있는 자리라는 것이다. 박찬욱 감독은 '스토커'에 이어 두 번째 할리우드 영화를 준비 중이다.

"'올드보이'의 인기를 넘어서는 영화를 만들고 싶냐고요? 그래서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를 만들었죠. 하하. 농담이고 제겐 다 똑같은 의미의 영화들입니다. 그때 그때 본전만 했으면 좋겠어요."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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