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배구는 세터놀음이라고 한다. 코트의 사령관인 세터의 볼 배급 능력과 안정감에 따라 팀 성적이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 시즌 프로배구는 유독 세터에 의해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남자국가대표 주전 세터였던 한선수(28ㆍ대한항공)가 개막 직후 군입대를 했고, LIG손해보험은 주전 세터였던 이효동(24)이 발목 부상으로 빠지면서 고전하고 있다. 반면 주전 세터가 안정된 여자부 IBK기업은행(1위ㆍ3승)과 남자부 삼성화재(2위ㆍ3승1패), 현대캐피탈(3위ㆍ2승1패) 등은 시즌 초반부터 순항 중이다.
3시즌 연속 챔피언결정전에 올랐지만 준우승에 머물렀던 대한항공은 황동일(27)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황동일은 한 때 대학 최고의 세터로 불렸지만 프로에 와서 줄곧 부진했다. 최근 2년 동안 주로 경기 후반 원포인트 서버로 출전했을 뿐 많은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김종민 대한항공 감독은 "아직 부족한 것이 많다. 이제 겨우 60점 정도 주고 싶다. 더 분발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LIG로서는 이효동의 부상이 아쉽다. 이효동을 대신해 현재 권준형이 주전으로 나서고 있지만 경험 부족을 드러내고 있다. 문용관 LIG감독은 13일 대한항공전에서 0-3으로 완패한 뒤 "권준형이 의욕만 앞설 뿐 넓게 보지 못해 토스 범실이 잦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2주 후에 볼 훈련을 시작할 예정인 이효동은 적어도 12월 초가 되야 코트에 돌아올 것으로 보인다.
세터가 부족했던 한국전력도 은퇴 위기에 놓였던 김영래(32)를 데려왔지만 기존 선수와의 호흡이 아직 잘 맞지 않는다. 신생 팀 러시앤캐시도 주전 세터 이민규(21)가 발목 부상으로 신음하고 있어 고민이 크다.
여자부 우승후보로 꼽히는 GS칼텍스도 세터난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베테랑 세터 이숙자(33)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내년 봄에나 복귀할 예정인 가운데 팀의 미래로 꼽혔던 이나연(21)이 최근 개인 사정으로 나가면서 임의탈퇴 처리가 됐다. 급하게 2007년 은퇴하고 실업 팀에서 뛰던 정지윤(33)을 영입, 시은미(23)와 함께 번갈아 출전시키고 있다.
다크호스로 꼽히는 흥국생명도 김사니(로코모티브 바쿠)의 공백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FA로 해외로 떠난 김사니를 대신해 조송화(20), 우주리(24)가 나서고 있지만 성에 차지 않는다. 결국 흥국생명도 은퇴 후 실업 팀에서 뛰고 있던 이미현(28)을 13일 긴급 수혈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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