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골리앗'이 등장하자 장내가 술렁였다. 올해로 벌써 세 번째 한국을 찾지만 233㎝, 195㎏의 거구가 모래판에 서는 일은 아직도 신선하기만 하다. 미국 대학 농구 선수 출신인 커티스 존슨(33)이 일취월장한 기량을 앞세워 첫 입상에 성공했다.
존슨은 15일 충남 서산 농어민문화체육센터에서 열린 2013 세계특별장사 씨름대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처음 열린 대회에서 예선 탈락의 아픔을 맛본 존슨은 8강에서 중국의 김해권을 2-1로 따돌리고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우스키바야르(몽골)에게 0-2로 무릎을 꿇어 3위에 만족해야만 했다. 존슨은 상금으로 200만원을 받았다. 이어 열린 천하장사 씨름대회에서는 노진성(울산동구청)에 패해 32강 문턱을 넘지 못했다.
존슨은 2011년부터 천하장사 씨름대축제에 참가했다. 그 해에는 교류전에만 나섰고, 지난해 신설된 세계특별장사씨름대회에서 본격적으로 기량을 겨뤘다. 2010년 미국 한인체육회에서 주최하는 대회를 보고 씨름에 입문한 존슨은 매주 2, 3회씩 씨름을 배워 샅바 잡는 법도 제대로 알고 있다. 올해 대회 전에는 부평고와 인하대 씨름장에서 4일간 훈련을 했다.
존슨은 아직 발 기술은 부족했지만 거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괴력을 앞세웠다. 힘으로 밀어붙여 상대를 모래판에 내리 꽂아 팬들을 매료시켰다. 경기 중간마다 "파이팅"을 외치며 관중의 호응을 유도하는 쇼맨십과 경기 후 예의 바르게 상대를 향해 고개 숙여 인사하는 모습도 잊지 않았다. 모래판 밖에서는 팬들의 쏟아지는 기념 촬영 요구에도 일일이 미소를 지은 채 응했다. 일약 씨름계의 스타로 떠오른 존슨은 국내 한 대기업으로부터 광고 계약 제의를 받고 논의 중이기도 하다.
존슨은 경기 후 "지난 2년 동안 입상과 멀었는데 3등까지 해서 매우 좋았다"며 "이번에 뉴욕으로 돌아가면 기술 연마를 더 해서 꿈 같은 얘기지만 내년에 천하장사에 오를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보완해야 할 기술로는 한국말로 또박또박 "밭다리"라고 말했다.
존슨은 한국 방문이 매번 즐겁기만 하다. 특히 한국 음식과 한국 사람에 깊이 빠졌다. 그는 "김치와 불고기를 좋아한다"면서 "한국 팬들이 친숙하게 다가와 기분이 좋다"고 설명했다. 씨름의 매력에 대해선 "농구는 사과 맛과 같고 씨름은 오렌지 맛과 같다"는 알쏭달쏭한 의미를 부여한 뒤 "큰 덩치를 이용할 수 있는 씨름이 즐겁다. 또 재미와 동시에 상금이 있다"며 웃었다.
한편 세계특별장사씨름대회에서는 스페인의 알바로 데니스가 존슨을 꺾은 우스키바야르를 2-0으로 물리치고 첫 우승을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500만원이다.
서산=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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