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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돕고 싶다고 사무실로 문의 쇄도… 한국민 인정에 감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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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돕고 싶다고 사무실로 문의 쇄도… 한국민 인정에 감동"

입력
2013.11.14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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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출신의 결혼이주여성인 새누리당 이자스민(36) 의원은 근황을 묻는 질문에 한숨부터 내쉬었다. 슈퍼 태풍 '하이옌'으로 쑥대밭이 된 모국을 생각하면 눈물만 난다고 했다. 이 의원은 "개인 트위터 등으로 들어오는 현지 사정을 들어보면 섬 자체가 사라진 곳도 3개나 된다고 할 정도로 실상은 더 참혹하다"며 "불과 3주 전 지진으로 수백 명이 사망했는데 또 이런 대재앙이 났으니 기가 막혀 잠도 오질 않는다"고 했다.

태풍 피해가 날 당시에는 "당장이라도 필리핀으로 달려가고 싶었다"고 한다. 음식도 나눠 주고 약도 발라주면서 태풍이 할퀴고 간 모국 사람들의 상처를 조금이라도 보듬어 주고 싶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필리핀으로 날아간다 한들, 구호 활동에 관한 한 '비 전문가'인 이 의원이 현지에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래서 더 답답했다고 한다. 이 의원은 "난민들을 위한 텐트도 모자란 판에 주먹밥 한 덩이 나눠 주겠다는 이유로 자리를 차지할 수는 없잖아요"라며 "지금 가면 오히려 구호 활동에 걸리적거리는 존재가 될 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더욱 한국 내 구호 지원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새누리당 원유철 의원(재외국민위원장), 민주당 김성곤 의원(세계한인민주회의 수석부의장)과 함께 정부 차원의 피해 지원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고 한-필리핀 친선의원협회 조찬회동에서는 국회 차원의 구호활동을 호소했다. 황우여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필리핀 대사관을 방문하고 14일에는 '필리핀 공화국 태풍피해 희생자 추모 및 복구지원 촉구 결의안'을 국회에 내는 등 어느 때보다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 의원은 "한국에 체류하는 필리핀 분들의 모금회에 갔더니, 필리핀 교수협회, 학생협회 회원 가운데 가족의 생사조차 확인 못한 채 발을 동동 구르는 이도 있었다"며 안타까워했다. 다행히 이 의원의 친정 식구들은 태풍 피해를 입지 않았다. 피해 지역에서 다소 떨어진 필리핀 남동부 민다나오섬 다바오 지역에 거주한 덕분이다. 그래서 한편으로 송구한 마음이 더하다고 했다.

이 의원은 "그래도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국민의 인정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이옌 피해 이후 국회 의원실로 "어떻게 하면 도울 수 있느냐"는 문의전화가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의원은 "6ㆍ25전쟁 참전, 장충체육관 건설 등 어려웠던 시절 한국과 필리핀은 각별한 인연을 간직하고 있다"며 "이것이 양국민의 감정을 더욱 끈끈하게 이어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9대 총선에서 '다문화 국회의원 1호'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인권 향상을 위해 활동 중이다. 1995년 결혼을 위해 입국한 뒤 98년 귀화한 이 의원은 이후 EBS영어 강사, 서울시 공무원(외국인생활지원과) 등을 지냈고 영화 완득이, 의형제에 출연하기도 했다.

한편, 앞서 베니그노 아키노 3세 대통령에게 위로전을 보냈던 박근혜 대통령은 14일 KBS가 주관한 필리핀 태풍피해 성금 모금 특별생방송에 김행 청와대 대변인을 보내 금일봉을 기탁했다.

강주형기자 cubi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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