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을 쓰면 자동으로 시력을 측정해 렌즈의 도수가 바뀐다. 나이가 들수록 나빠지는 시력 때문에 매번 렌즈를 새로 맞출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이는 삼성이 미래기술 육성과제로 선정한 미래형 안경 '유니버셜 글래시스'이다. 고려대 김효곤 교수의 프로젝트로 현재 기초연구가 어느 정도 끝나 좀 더 진전된 세부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삼성은 14일 국가발전에 기여할 '미래기술 육성사업' 1차 지원대상으로 유니버셜 글래시스를 포함한 총 27개 과제를 선정했다.
삼성이 10년간 무려 1조5,000억원을 쏟아 붓는 이번 사업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기한을 따지지 않고 ▲연구비도 따지지 않고 ▲상용화 여부도 따지지 않는 이른바 '3불문(不問)'지원. 삼성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연구한 적이 없는 독창적이고 혁신적인 과제들을 엄선했다"며 "시한과 돈에 쫓기거나 상용화에 대한 강박관념에 얽매이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설령 상용화가 되더라도 삼성이 배타적 권리를 주장하지 않으며 필요하다면 로열티를 지불하고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이스트 최정우 교수의 '홀로그래픽 사운드 시스템'은 신소재인 그래핀으로 소자를 만들어 벽 가구 등에 붙인 뒤 무선으로 컴퓨터, 스마트폰 등에 연결하면 벽과 가구가 스피커로 변하게 된다. 소자를 여러 개 붙이면 벽 전체나 건물 전체를 거대한 소리통으로 바꿀 수도 있다.
경북대 한준구 교수가 제시한 '홀로그래픽 3D 디스플레이'는 영화 '아바타'처럼 허공에 표시해 360도 모든 방향에서 볼 수 있는 입체영상을 만들어 내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장치다.
서울대 이종호 교수의 '뉴로모픽 프로세서'는 사람의 뇌를 닮은 반도체를 개발하는 프로젝트다. 사람이 오래된 사실은 잘 기억하지 못하고 최근 일을 빨리 기억하듯이, 이 반도체는 장기기억과 단기기억을 구분해 반응속도를 달리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국이 사실상 전세계 공급을 독점해 '무기화'가능성까지 나오고 있는 희토류를 대체할 수 있는 기술, 즉 희토류 없이도 빛을 낼 수 있는 발광소재를 연구하는 경희대 유영민 교수의 '고효율 엑시톤 포집분자 소재'도 지원대상에 포함됐다.
노트북 등에 사용되는 딱딱한 플라스틱 형태의 터치패드를 종이로 대체하는 '나노입자 잉크를 이용한 터치패드'(중앙대 임성준 교수), 얼음이 합성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는지를 밝힘으로써 생명의 기원을 밝히는 데 도움이 될 '얼음화학'(서울대 강헌 교수)등도 연구과제로 뽑혔다. 송기웅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부장은 "세계 유명석학들을 초빙해 연구회 형태로 중간 점검을 갖고 추가 지원여부를 점검할 예정"이라며 "국가를 위해 과제를 선정하는 만큼 매년 두 차례씩 개수 제한없이 과제를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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