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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러시' 타클로반 공동화… 식량배급 시작 희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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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출러시' 타클로반 공동화… 식량배급 시작 희망도

입력
2013.11.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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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태풍 하이옌이 휩쓸고 간 지 엿새째, 최대 피해지역인 필리핀 레이테섬의 주도 타클로반에선 인접 도시로 탈출하려는 피난 행렬로 인해 도시 전체가 공동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도로 통행이 일부 재개되며 구호물자 전달에 숨통이 트였지만 '죽음의 도시'를 떠나는 이재민들의 행렬은 끊이지 않고 있다.

끝 없는 탈출 러시

타클로반에서만 집 잃은 이재민 1만명 이상이 식량과 물, 기름, 피난처, 잃어버린 가족을 찾기 위해 도망치듯 앞다퉈 도시를 빠져나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 보도했다.

연명을 위한 최소한의 의식주조차 해결되지 않자, 급기야 알프레드 로무알데즈 타클로반 시장이 나서 "차라리 도시를 떠나는 게 좋겠다"며 피난을 촉구하기도 했다. 피해 현장에 수 없이 방치된 시신들이 풍기는 악취와 전염병의 공포 등도 피난을 부추기고 있다. 이런 가운데 시신 수습용 가방의 재고마저 바닥나자 필리핀 정부가 시신 신원을 확인하지 않고 공동묘지에 무더기 매립하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 등의 고발도 잇따르고 있다.

인근 도시도 몰려드는 이재민 탓에 홍역을 앓고 있다. 타클로반에서 북쪽으로 96㎞ 떨어진 사마르섬의 서부 해안 도시 카트발로간이 대표적이다. 도시 인구가 최근 며칠 새 2배가 넘는 20만명에 육박, 평소 41달러에 팔리던 쌀 한 자루가 64달러로 치솟는 등 생필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스테파니 우이탄 카트발로간 시장은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도시재난 사태를 선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필리핀 정부는 하이옌에 의한 공식 사망자가 14일 현재 2,344명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통신이 두절된 상당수 피해 지역에서 구호 활동이 본격화하면 사망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한국인 19명의 생사도 여전히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식량배급은 시작됐지만…

타클로반으로 통하는 도로 통행이 일부 재개되면서, 식량을 전혀 구할 수 없었던 지난 며칠과 달리 구호품을 실은 군용 트럭의 모습이 목격되고 있고 시청 주변 길에선 플라스틱 통에 담은 기름을 파는 노점상도 등장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미처 탈출하지 못한 시민들은 배급이 시작된 쌀을 받기 위해 비상식량 배급소 주변에서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식량 배급이 시작됐지만 다른 생필품 공급이나 전기 등의 시설 복구는 요원한 상황. 릴류사 알카다르 타클로반시 사회복지국장은 "기본적인 식수와 전기 공급을 제대로 하는데 한 달 이상이 걸릴 것"이라며 "본격적인 복구는 아직 생각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타클로반을 제외한 다른 소규모 지역은 더욱 열악하다. 타클로반에서 약 10㎞ 떨어진 소도시 바세이는 이번 태풍으로 인해 인구 5만명 중 200여명이 사망했다. 그러나 바세이 주민들이 지금껏 정부에서 받은 원조는 가족 당 쌀 2㎏과 소고기 통조림 한 캔 뿐이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했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극에 달해

피해 복구와 구호가 본격화하고 있지만 필리핀 정부에 대한 주민들의 불만과 불신은 오히려 더 치솟고 있다. 마닐라 북쪽의 로하우에 살고 있는 한인 선교사 A(49)씨는 "주민들은 정부가 무언가 도움을 줄 거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이옌 사태 이전 터졌던 필리핀 정치권의 대형 부패 스캔들이 정부에 대한 불신을 깊게 만들었다. 필리핀에선 상원과 하원 의원과 도지사까지 나서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뒤 정부의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방법으로 막대한 예산을 빼돌린 사실이 적발됐었다.

주민들은 전세계에서 보내는 구호자금도 상당 부분 정치인들의 쌈짓돈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A씨는 "피해 지역 주민 대부분은 각 국가와 구호단체들이 필리핀 정부에 구호자금과 물품을 맡기기 보다 그들이 직접 나서 전달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김종한기자 tellme@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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