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열린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 등의 내란음모 사건 2차 공판에서 검찰과 변호인단은 핵심 증거인 녹취파일과 녹취록의 왜곡 여부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증인으로 나온 국가정보원 직원은 "왜곡은 없었다"고 주장한 반면, 변호인단은 증거로 제출된 녹음파일 가운데 일부만 원본 파일 형태라는 점 등을 들어 편집 및 왜곡 가능성을 집중 추궁했다.
이날 오전 10시 수원지법 형사12부(부장 김정운)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RO(Revolution Organizationㆍ지하혁명조직) 내부 제보자 이모씨로부터 녹음파일을 건네 받은 국정원 직원 문모씨는 검찰 측 증인으로 출석해 "제보자가 녹음한 내용을 듣고 최대한 그대로 녹취록을 작성했다"고 주장했다. 문씨는 "녹음파일을 녹음기에서 외장하드나 다른 컴퓨터로 옮긴 뒤 이를 지워 이씨가 임의 제출한 녹음파일의 경우 원본은 대부분 남아있지 않지만 나는 편집할 줄도 모르고 녹음기에는 편집ㆍ수정 기능도 없다"고 강조했다.
문씨는 제보자 이씨가 2010년 5월 27일 '국정원 111 콜센터' 홈페이지에 "나는 운동권으로 20여년을 살아왔다. 새로운 삶을 살고 싶다"는 글과 함께 전화번호를 남겨 그를 접촉하게 됐다고 밝혔다. 문씨는 "이씨가 RO의 실체에 대해 조금씩 얘기를 해줬지만 믿지 못하고 있는데 이씨가 먼저 녹음을 해줄 테니 녹음기를 지원해 달라고 제안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이씨는 국정원에서 받은 녹음기 5대로 2011년 1월 25일부터 2013년 7월 29일까지 홍순석 통진당 경기도당 부위원장 등과의 대화, 이석기 의원의 강연 내용 등을 44차례에 걸쳐 녹음해 파일 47개를 국정원에 전달했다.
문씨는 "임의제출 받은 11개 파일은 제보자가 일시, 대상, 장소 등을 스스로 결정해서 녹음한 뒤 자진해 제출한 것"이라며 "녹음을 지시하거나 요청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문씨는 이씨에게 제보 대가로 경제적 도움을 줬냐는 재판장의 질문에 "일반적인 형사사건 협조자들에게 제공하는 교통비나 숙박비, 식비 정도는 줬지만 큰 경제적인 지원은 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변호인단은 반대심문에서 녹취파일 일부의 원본이 없고 파일명이 수정된 점 등을 들어 왜곡 가능성을 추궁했다. 변호인단은 전자기록의 동일성을 확인해 주는 일종의 전자 지문인 '해시값(hash value)'을 근거로 녹음파일 진위 여부에 의혹을 제기했다.
문씨는 그러나 "제보자가 처음 사용한 녹음기는 SD카드가 없는 형태로 용량이 너무 커져서 파일을 외장하드 등에 옮기고 원본을 삭제한 것일 뿐이며 올 5월 12일 합정동 모임 녹취파일은 원본 상태로 보관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한편 이날 문씨에 대한 심문은 직원의 신분 노출을 제한한 국정원직원법에 따라 증인석과 방청석 사이에 가림막을 설치하고 진행됐다. 3차 공판은 15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수원=김기중기자 k2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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