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17년까지 공공부문에서 1만6,500명 규모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공무원 4,000명과 공공기관 직원 9,000명, 국공립학교 교사 3,500명을 시간선택제 근로자로 채용할 방침이다. 이에 화답해 삼성그룹 등 대기업 7곳이 시간제 근로자 1만여 명을 뽑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전일제 위주로 이뤄져 온 고용 패러다임의 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청년층뿐 아니라 학업, 육아, 점진적 퇴직 등으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ㆍ장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자는 취지는 바람직하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지 않고는 고용률을 끌어올리기 어려운 것도 현실이다. 고용률이 70% 이상인 국가는 대부분 시간제 일자리가 보편화했다. 문제는 얼마나 양질의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 내느냐는 데 있다. 임금이나 승진, 정년에서 전일제 일반직과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민주노총이 안전행정부의 '시간제 일반직공무원 제도'를 토대로 기본급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월 70만~90만원으로 분석됐다. 아르바이트 수준의 임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기는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제 일자리가 성공적으로 정착한 네덜란드의 경우 전일제와 시간제의 임금 격차는 민간부문이 7%, 공공부문은 거의 없었다. 대기업들이 앞다퉈 발표한 시간제 일자리도 대체로 2년짜리 계약직이다. 능력에 따라 2년 뒤 정규직으로 전환할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임금 비정규직 일자리를 양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들이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도 채용계획을 보면 더 걱정스럽다. 공공기관이 제시한 시간제 업무는 간단한 상담ㆍ접수 및 서비스 응대, 사무지원, 순찰ㆍ경비 같은 단순한 업무가 주종을 이뤘다. 사무직이나 전문직 등 다양한 직무의 시간제 일자리가 존재하는 선진국과는 너무나 다른 양상이다. 이런 식의 일자리 창출은 오히려 청년들을 위한 전일제 일자리 감소 등의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고용률 70%' 목표 달성에 집착해서는 안 된다. 수조 원을 쏟아 붓고도 질 나쁜 임시직만 양산한 이명박 정부의 실패를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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