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온통 우울하기만 하다. 구조조정 바람이 거세게 불어서다. 웅진, STX, 동양그룹 등 이미 부도난 기업은 두말할 나위 없다. 금융감독원장이 국정감사에서 숫자를 꼭 찍어 언급해 파문이 인 4대 그룹의 계열사 지분과 소유부동산 매각 추진 뉴스가 연일 신문지상에 오르내린다. 문어발식 성장에 매달려온 다른 대기업들도 비핵심 계열사 구조조정에 숨가쁘게 나설 만큼 위기감에 휩싸여 있다.
▦ 중소기업에 몰아친 구조조정은 초강력 태풍이다. 2010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인 112개 기업이 구조조정 대상 통고를 받았다. 문제는 지속되는 내수부진에 내년에도 태풍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는 것. 여기에 부채 500조원 시대를 맞은 공기업들과 부실화에 찌든 대학들의 최대 화두도 구조조정이다. 여의도 증권가는 이미 한겨울이다. 희망퇴직, 연봉삭감 칼바람에 몸을 바짝 움츠렸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보다 체감온도는 나을지 모르지만, 실질적인 사회ㆍ경제적 파장은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 구조조정은 부실기업이나 비효율적 조직을 미래지향적인 사업구조로 개편하는 리스트럭처링(restructuring)이다. 성장이 어려운 사업분야 축소ㆍ폐쇄, 중복 사업 통폐합, 기구ㆍ인원 감축, 부동산 등 소유자산 매각 같은 구조조정은 그만큼 고통과 시련이 따르기 마련이다. 국내외 유망기업과 제휴하거나 새 기술 개발을 위해 전략적으로 공동사업을 하는 방법도 적극적인 구조조정이다. 트랜스포밍(Transforming 좋게 바꾼다는 뜻)으로도 부르는 이유다.
▦ 구조조정의 필요성은 동양사태에서 드러났듯 자명하다. 한국경제가 2008년 금융위기 충격에도 버텨낼 수 있었던 것은 외환위기 당시 혹독한 구조조정으로 내실을 강화한 기업들의 경쟁력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은 거의 멈췄고, 구제금융만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구분하기 어려울 만큼 불확실성이 혼재했다. 이제 파티는 끝났다. 부실은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오히려 더 큰 위기를 부른다. 힘들지만 더 이상 구조조정을 늦춰서는 안 된다.
/장학만 논설위원 loca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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