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어민 중 절반 정도가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알코올 의존이 심할수록 자살 위험성과 도박행위 심각성도 높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4일 제주대학교 산학협력단이 제주도에 제출한 '어선원 음주실태 조사 및 건강에 관한 연구용역 중간보고서'에 따르면 어민 1만2,721명 가운데 570명을 표본으로 선정, 지난 5~7월 측정도구를 이용해 음주 수준을 조사한 결과 알코올 중독으로 반드시 입원이 필요한 알코올 의존군이 17.1%나 됐다.
또 알코올 의존 전 단계인 알코올 남용군은 9.3%, 위험군은 30%로 전체 조사 대상자의 56.4%가 음주 수준이 위험수위에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어민의 31.3%는 배를 탄 상태에서 술을 마시는 것으로 조사됐다. 승선 중 음주 횟수는 월 1회 미만 16.5%, 월 2~4회 5.1%, 주 2~3회 4.5%, 주 4회 5.2% 등이다.
음주 동기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을 때'가 52.3%로 가장 비율이 높고, '친구 그룹에 끼고 싶을 때' 50%, '화가 났을 때' 33.5%, '지루하거나 심심할 때' 31.5%, '몸이 피곤할 때' 26.5% 등이었다.
이들 어민 가운데 경증 또는 중증 우울군은 25.8%로 조사됐고, 자살 사고가 있었다는 응답자는 13.8%, 자살할 생각이 있다는 응답이 2.9%로 자살 위험성이 높았다. 도박 역시 심각한 수준이었다. 중독군은 12.8%, 중위험군 14.8%, 저위험군 13%였다.
어민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은 44.6%뿐이고 55.4%가 불만족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용역을 맡은 현미열 교수는 "알코올 의존이나 우울수준, 도박 위험성이 높을수록 삶의 질을 떨어진다"며 "절주 등 건강증진, 피로수준 감소 등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용역진은 ▦가칭 '제주도 어선원 삶의 질 향상에 관한 지원조례' 제정 ▦농어업안전보건센터 설치 운영 ▦문화복지시설 설치 운영 ▦어업인 대상 알코올상담 및 예방사업 확대 ▦외국인 선원 관련 추후 연구 제안 등을 정책과제로 제시했다.
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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