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최대 투자은행인 JP모건체이스가 중국 사업에 도움을 받으려고 원자바오(溫家寶) 전 중국 총리 외동딸 원루춘(溫如春)이 운영하는 '풀마크 컨설턴트'사에 자문료 명목으로 180만달러(19억원)의 특혜성 대가를 지불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4일 보도했다.
NYT는 "JP모건이 풀마크 컨설턴트와 자문계약을 맺은 당시 원루춘의 나이는 32세였다"며 "원루춘은 당시 중국 금융계에서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특히 "원루춘을 포함해 임직원이 달랑 2명인 회사에 세계 최대 투자은행이 자문료로 2006년부터 2008년까지 2년간 매달 7만 5,000달러를 지급한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NYT는 풀마크 컨설턴트가 JP모건에 보낸 서한 등을 토대로 "JP모건이 풀마크 컨설턴트에 JP모건의 중국활동과 위상을 촉진하기 위한 자문을 대놓고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JP모건과 풀마크 컨설턴트가 자문계약을 맺은 시점 역시 JP모건이 '아들과 딸들'프로그램을 통해 중국 고위층 자녀들을 특별 채용하던 시기와도 일치한다.
NYT에 따르면 JP모건은 중국 고위층 친지와 가족 상당수가 JP모건 입사를 원하는 것에 착안, 2006년부터 중국을 중심으로 아시아지역에서 '아들과 딸들'프로그램을 진행해왔다. 엄격한 자격기준과 실무면접 등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까다로운 채용방식과 달리 중국 고위층 자녀들을 대상으로 한 '아들과 딸들'프로그램은 실무면접이 거의 생략되는 등 완화된 채용기준이 적용됐다.
이번 사안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법무부가 JP모건의 중국 고위층 자녀 특별채용 문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드러났다. NYT가 8월 장수광(張曙光) 전 중국 철도부 부총공정사의 딸을 채용해 국영철도업체인 중국중철(中國中鐵)의 상장 자문사 자격을 JP모건이 따낸 의혹 등을 보도하자, 미국 정부는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NYT와 원자바오 전 총리의 악연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NYT는 지난해 10월 원자바오 전 총리 일가가 최소 27억달러(3조원) 규모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해 '인민의 총리'로 불리던 원자바오 총리에게 회복할 수 없는 이미지 실추를 안겼다. 이후 중국 정부는 중국 내 NYT 사이트 접속을 전면 차단했고, NYT는 중국정부가 관련 보도 정보제공자를 찾기 위해 자사 서버를 해킹했다고 발표하는 등 날 선 대립을 이어왔다.
이태무기자 abcdef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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