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에게 미안하단 말을 하고 싶다."
10년 넘게 축구대표팀의 왼쪽 측면 수비를 담당했던 '초롱이' 이영표(36)가 은퇴 기자회견을 열고 팬들에게 미안함과 함께 고마움을 전했다.
이영표는 14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 축구의 문제점인 수비 불안의 중심에 제가 있었던 것 같다"며 "축구 팬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27년 간 치열하게 달리느라 여유가 없었는데 경기장 밖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수고하는지 이제야 깨달은 것 같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영표는 "5~6년 전부터 체력이 많이 떨어져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다"면서 "선수로서 나를 되돌아 본다면 80점을 주고 싶다. 그렇지만 축구와 함께 즐거워했던 것은 100점을 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 한일전을 꼽았다. "2010년 일본에 2-0으로 이겼는데 5-0으로 이기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고 웃은 뒤 "개인적으로 일본과의 전적이 3승4무인데 7승을 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2014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하는 홍명보호에 대한 기대와 함께 팬들에게 많은 응원을 부탁했다. "홍 감독은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선배이자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수비에 대한 철학이 뚜렷한 분이다"라며 "분명 올바른 방향으로 끌어갈 수 있을 것이다. 내년 월드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1999년 6월 코리아컵 멕시코전에서 A매치에 데뷔한 이영표는 세 차례 월드컵(2002, 2006, 2010)에 출전해 대표팀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활약했다. 2011년 1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아시안컵 경기를 마지막으로 태극 마크를 내려놓은 그는 A매치 통산 127경기(5골)에 출전했다. 2000년 안양 LG(현 FC 서울)에서 K리그에 데뷔, 2002년 에인트호벤(네덜란드)을 시작으로 토트넘(잉글랜드), 도르트문트(독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 밴쿠버(미국) 등에서 활약했다.
이영표는 향후 계획에 대해 좀 더 고민해 보겠다고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모르는 것이 많기 때문에 공부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며 "2~3년은 모르는 부분을 알아가는 시간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표는 15일 한국과 스위스의 평가전이 열리는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은퇴식을 치를 예정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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