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1기 하이원리조트배 명인전] 통렬한 모자 씌움

네 귀와 변이 대충 정리되고 본격적인 중반 전투가 시작됐다. 김성진이 1로 자기 진영을 정비했을 때 전영규가 4로 둔 건 1로 받아달라는 뜻이다. 그러면 2, 3을 교환한 다음 4로 씌워서 중앙을 크게 집으로 만들려는 생각이다. 물론 이렇게 둔다고 해서 흑이 크게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김성진은 가 상대가 원하는 그림이라고 판단하고 다른 길을 택했다.

5가 실리에 민감한 김성진다운 '소금처럼 짠' 수다. 착실하게 실리를 벌면서 흑돌을 먼저 안정시킨 다음 백이 한 수 더 둬서 중앙을 지키면 그때부터 삭감을 시작해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건 흑의 생각이고, 백의 입장에서는 일단 상대가 손을 뺐으니 당연히 1로 둬서 당초 의도대로 중앙을 크게 키웠어야 했다. 한데 전영규가 마치 상대의 손 따라 두듯 고분고분 8로 받아주는 바람에 거꾸로 11로 먼저 모자 씌움 당한 게 너무 통렬하다. 순식간에 중앙 백의 두터움이 빛을 잃었다.

박영철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