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13일 한러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성과는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남북러 3각 협력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를 구체화하고 이 과정에서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하는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제협력구상과 북핵 이슈를 동시에 추진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려는 것이 합의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한러 양측은 다양한 협력사업에 합의했다. 조기추진과제와 중장기과제로 구분해 우선 순위도 명확히 했다. 조기추진과제에는 나진-하산 물류사업과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사업이 포함됐다. 원활한 여건 조성을 위해 양국의 금융기관간에 공동 플랫폼도 구축한다. 철도와 조선, 금융이 두루 망라된 셈이다. 경제분야에서 그간 양국이 맺은 사실상 첫 합의라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북극항로 개발협력, 한반도종단철도(TKR)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 연결, 파이프를 통한 천연가스 운송(PNG), 남북러 전력망 연계사업은 일단 중장기과제로 남겨뒀다.
경제구상은 결국 북한 핵 문제와 맞물려 있다. 이에 양측은 유엔 안보리 결의와 2005년 9ㆍ19공동성명을 포함한 비핵화 의무와 약속을 준수해야 한다고 공동성명에 명시했다. 또한 한반도가 아니라 '평양'을 구체적으로 적시해 '독자적인 핵ㆍ미사일 구축을 용인할 수 없다', '핵 보유국 지위를 가질 수 없다'고 강조하며 북핵에 대한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특히 이날 회담에서 박 대통령이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설명하고 푸틴 대통령이 공감을 표시하면서 향후 한반도 문제에 양국이 보조를 맞출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한 것으로 평가된다.
대화채널 구축도 눈에 띈다. 양국간 최고위급ㆍ고위급 안보대화를 강화하고 청와대 국가안보실과 러시아 연방 안보회의, 외교부간 정례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한 것은 지난 6월 한중정상회담에서 합의한 고위급 전략대화를 연상시킨다. 한러간 안보협력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 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한계도 지적된다. 이날 공동성명에서 '9ㆍ19성명의 목표에 따라 6자회담 참가국들과 회담 재개의 여건 조성을 위해 노력하기로 합의한다'며 원론적인 언급에 그친 것도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양국의 인식차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는 북한, 중국과 마찬가지로 선 대화 필요성에 무게를 두고 있지만 한미일 3국은 비핵화 사전조치를 전제로 내세우고 있어 온도차가 크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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