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어제 청와대에서 짧지만 의미 있는 정상회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 방문이 세 번째지만, 현 정부 출범 이후 한반도 주변 4강으로는 한국을 찾은 첫 지도자다. 16시간의 짧은 체류일정과 막판 일정이 급하게 바뀌면서 외교결례 논란이 있기는 했으나 회담의 성과를 가릴 정도는 아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양국 경제협력이다. 나진~하산 철도 프로젝트와 남한-북한-러시아의 가스관ㆍ송전선 건설사업, 북극항로 협력 등 굵직한 경제 현안이 논의됐다. 이중 나진~하산 철도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은 박 대통령이 주창한 동북아평화협력 구상과 이를 뒷받침할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체적 성과물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함경북도 나진과 러시아 극동의 하산을 잇는 54㎞의 이 철도는 지난 9월 개통됐다. 북으로는 블라디보스토크와 모스크바를 잇는 장장 9,297㎞의 TSR와 연결되고, 남으로는 부산~나진 1,295㎞의 한반도종단철도(TKR)와 만난다.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서는 철도를 이용해 부산에서 러시아를 횡단, 서유럽으로 가는 길이 가능해진 셈이다. 이번 회담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이 프로젝트의 러시아 지분 70%(북한 30%)의 일부를 인수하기로 했다. 한국 기업이 북한에서 이뤄지는 사업에 투자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남북관계 개선에도 플러스 요인이다. 러시아로서도 신경제 동력으로 야심만만하게 추진하는 극동발전 프로젝트에 한국의 참여가 절실한 만큼 양국이 윈윈할 수 있는 경협의 모범이 될 만하다.
다만 한국 기업의 참여가 천안함 사태 이후 정부가 발표한 대북 5ㆍ24 제재조치와 상충될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 기회에 5ㆍ24 조치를 보다 유연하게 보완할 필요가 있다. 지난 9월 어렵게 재가동된 개성공단이 '발전적 정상화'라는 한 차원 높은 단계로 진전되지 못하는 것도 북한에 신규투자를 금지한 5ㆍ24 조치가 한 원인이 된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잘못된 행동에 대한 단호한 제재는 필요하지만 그것이 남북관계 전반을 가로막는 장애물이 돼서는 곤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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